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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북유럽_24] 노르웨이 플롬(Flam) → 구드방겐(Gudvangen), 피요르드 유람선ㅣ북유럽 3개국 여행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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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드디어 플롬(Flam)에서 구드방겐(Gudvangen)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날이다. 이 구간은 노르웨이 피요르드(Fjord) 중에서도 가장 크고 깊은 송네피요르드(Songne Fjord)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 마트에서 사온 빵이랑 과일, 요거트랑 따뜻한 커피를 먹고 페리 선착장으로 간다. 성인 요금은 NOK295인데 학생은 50%할인을 적용해서 NOK148, 우리돈으로 약 28천원이다.   

피요르드(Fjord)를 따라 우리를 구드방겐(Gudvangen) 까지 태워다 줄 피요르드 페리가 선착장에 들어와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한강 유람선 정도 될까. 곧 이 배를 타고 빙하가 만들어낸 협곡을 지나간다니 바라보기만 해도 설렌다. 이 배는 관광 유람선 겸 교통수단이다. 피요르드 주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대중교통의 역할도 하는 것인데, 그래서 우리같은 관광객과 마을 주민들은 표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페리에 오르니 바람이 무척 차다. 그래도 다들 피요르드를 더 잘 보기 위해 의자를 들고 바깥쪽 데크에 나가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피요르드가 만들어내는 차가운 바람에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잠시 객실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객실 중에서도 외부에 만들어진 곳은 통유리로 된 하우스가 설치되어 있고 내부에 난방기도 있어서 따뜻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봐야한다는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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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릉 소리를 내며 배가 출발한다. 배가 만들어낸 물살을 뒤로하며 요정들이 사는 마을 플램(Flam)이 멀어져간다. 크루즈여행객을 태운 하는 초대형 크루즈가 어제 그 자리에 아직 정박해있다. 저만한 규모의 크루즈가 들어올 정도면 피요르드의 수심은 대체 얼마나 될까.


피요르드(Fjord)는 빙하가 만들어낸 좁고 깊은 협곡인데 전세계에서 오로지 노르웨이와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다. 그 중 진짜는 노르웨이 피요르드라고 한다. (tmi. 내가 노르웨이 피요르드에 왔으니, 정보의 진위 여부는 묻지 않기로 한다)

가는 내내 펼쳐지는 풍경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추워서 객실에 있다가 결국 2층 데크에 나가 내내 서 있었다. 추위를 이기게 해주는(이겨내야만 하는) 절경의 연속이다. 배 왼편 오른편, 앞, 뒤, 왔다갔다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가다보니 오른편에 마을이 나온다. 페리는 이곳에서 잠시 정차하고,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며 선장실 쪽에 손을 흔들어 보인다. 


선장실이 궁금해서 몰래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반대편 창을 통해서도 어떤 사람이 선장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옷차림만 봐도 관광객임을 단번에 알 수 있을정도로 두터운 파카에 후드를 쓴 차림이다. 우리처럼 피요르드의 추위에 놀란 관광객. 반면 선장님은 반팔 차림. 이질적인 투샷(아래 왼쪽 사진)을 만들어내는 두 사람이다. 나중에 2층 갑판에서도 저 사람을 마주쳤는데 털부츠도 신었더라. 말투를 보니 이탈리아? 스페인? 이쪽 사람인 듯하다. 옷차림이 수긍할 만하다. 


가는 동안 여러차례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배가 잠시 정박하고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문득 이곳 사람들은 인터넷쇼핑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택배가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오려면 시간도 꽤 걸릴텐데. 불편할 듯하다는 것은 어쩌면 내 생각이겠지. 느린 속도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가 불편한 것이지, 그들에게는 느림이 자연스러운 일상일테니.

 

작은 마을을 또 하나 지나 간다. 이번 마을에서는 내리는 사람 중 몇몇이 음료 박스 같은 것을 끌어내린다. 육지에서 물품을 조달해오는가보다.  

1시간 가량 피요르드(Fjord)를 유람하는 중이다. 설레던 마음은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주변 풍경들과 그르르르릉 규칙적인 소리를 내는 작은 페리호가 더 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배는 잠시 방향을 바꾸는 듯 한바퀴 빙그르르 돌아 더 가파른 협곡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방향을 바꾼 배가 만들어낸 에메랄드 빛 물살은 밀도 높은 피요르드의 물결에 눌려 금세 가라앉는다. 지도를 보니 플롬에서 구드방겐까지 가는 피요르드는 고깔 모양을 하고 있다. 아마 고깔의 꼭지 부분에서 배가 방향을 튼 것같다. 

주변 풍경이 초록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어간다. 얼음인지 눈인지로 하얗게 덮힌 산들이 앞뒤좌우로 피요르드를 감싸고 있다. 바람은 아까보다 더 찬데 객실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갑판에 나와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멋지다. 하얀 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 하얀 눈이 덮힌 협곡, 짙은 코발트색 피요르드 물빛, 자연이 빛어낸 완벽한 조화 앞에 승객들은 모두 조용히 감상에 빠진다. 탄성 외에 할 말을 찾을수가 없다. 


하일라이트 구간이 지나가고 다시 풍경은 초록빛으로 바뀐다. 승객들이 하나 둘 객실로 들어간다. 우리도 잠시 몸을 녹이러 객실에 들어가 창문을 통해 풍경을 바라본다. 녹슨 창틀이 이 배의 연식을 대략 알려준다. 녹슬어 낡은 창문틀과 오래된 스타일의 천장 전등, 세련미 없는 커튼 마저 정겹다. 

 


지나가는 길 우측으로 폭포가 많이 보인다. 빙하가 녹은 물일까? 눈이 녹은 물일까? 여러 갈래의 큰 폭포수가 산 꼭대기부터 중턱에 걸쳐 군데군데 있다. 지도상으로 이 지역은  Bakka인데, 이곳에 훌륭한 트래킹 코스가 여러군데 있다고 한다. 구드방겐에서 차를 타고 올 수 있고, 숙박시설도 있다. 2시간 가량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지나왔다. 잔잔한 물살을 만들며 배는 조금씩 구드방겐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아래 사진 우측에 보이는 하얀색 건물은 교회인데, Bakka Kyrkje로 나온다. 구글맵에서 보면 교회당의 크기는 크지 않고, 교회 앞 마당엔 묘지가 꾸며져 있다. 배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저 마을에서 협곡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기에 더 없이 평화로운 저 마을에도 크고 작은 다툼이 있을까. 이상주의자인 나로서는 저 마을에서 소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유람을 하고, 11시 30분 드디어 구드방겐(Gudvangen)에 도착했다. 아까 선장실에서 본 선장님이 입구까지 나와서 승객들에게 팔을 들어 잘가라는 인사를 한다. 선장님도 나이가 꽤 있어 보인다. 운항하는 2시간 30분 동안 단 한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선장실 조타기 앞을 지키던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페리도, 연륜있는 선장님도 장인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출발한 플롬(Flam), 인근 마을인 Aurland가 적힌 페리 선착장 풍경이 그곳을 떠나온 여행객의 발걸음에 아쉬움을 더한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간다. 고맙습니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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