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
시간도 넉넉하고 숙소도 편안하니 방에서 조금 쉬다가 산책하러 나간다. 플롬(Flam)은 관광지 라기 보다 휴양지 같은 곳이다. 공기, 물, 나무, 풀, 꽃, 바위. 자연이 무척 잘 보존되어 있다. 표지판을 보면 수심이 꽤 깊은데 바닥에 깔린 자갈까지 깨끗하게 보이고, 이끼도 하나 없다. 수면 위에 집의 형체와 빛깔까지 그대로 비친다. 잠시 걷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평안해진다. '사람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에 대해 논문이라도 써야만할 듯하다.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산책 도중에 만난 재미있는 풍경은, 이 돼지들이다. 일명 '일하는 돼지'라고 불리는 녀석들인데, 코를 이용해 밭을 골고루 갈아엎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사실 처음 플롬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이 돼지들을 처음 봤는데, 마치 기절이라도 한 듯 널부러져 누워있었다. 그땐 '그냥 돼지'인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일어나 일 중이다. 아마 아까는 식후 낮잠 중이었나보다. 우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일하는 돼지들을 구경하며 호기심어린 얼굴로 미소짓고 있다. 기특하다고 해야할까. 흠. 교육을 시킨건가. 흥미로운 현상(?)이다.
플롬(Flam) 기차역을 지나 강변까지 내려가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루즈가 정박해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크루즈여행용 호화 여객선이구나! 발코니도 방마다 있고, 마치 배 위에 지어진 호텔같다. 여기 비하면 우리가 스웨덴에서 탄 바이킹 크루즈는 작은 빌라 수준이다. 발코니에 사람들이 나와 서서 휴식 중이다. 크루즈여행의 특성상 발코니에 나와있는 승객 대부분이 연령대가 있어보인다. 저런 크루즈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려면 기간,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1천~2천만원은 들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둘러본다. 우리는 크루즈 구경, 크루즈 승객들은 우리를 구경 하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나름 플롬(Flam)에서는 가장 중심지, 하이스트릿 느낌이 나는 지역이다. 식당도 다양하고 기념품 가게들도 여럿 있다. 기념품 가게 한 곳에 들러본다. 입구에 있는 저 도깨비 트롤은 사이즈가 어린아이 키 정도 된다. 저 표정, 익살맞고 귀엽다. 발가락은 4개구나. 고양이도 뒷다리 발가락이 4개인데. 요정같이 귀여운 생명체들은 발가락이 모두 4개일까, 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대충 셔터를 눌러도 전부 멋진 풍경액자가 되어 화면에 출력된다. 가파른 산들로 둘러싸인, 요정들이 사는 마을 같은 플롬(Flam). 우회전 금지 교통표지판이 이곳에 과연 필요할까, 과연 교통표지판이 역할이 있기나 할지 조차 궁금할 정도다. 그림 같은 풍경, 사진 같은 풍경. 동화 속에서만 본 듯한 전경이 여행을 다니다보면 분명 실제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플롬에서의 시간들도 그렇다. 상상으로만 그렸던 것들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아래 주홍빛 건물은 플롬 관광안내소(Flam Visitor Center)인데 플롬 피요르드 유람 페리 선착장이 바로 뒷편에 있다. 페리 선착장 인근 물빛은 플롬 안쪽 마을의 투명한 물빛과는 약간 다른데, 빙하가 녹은 물이라 석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런 듯하다. 에메랄드? 코발트? 블루? 뭐 그런 오묘한 아름다운 색을 띤다.
이곳은 우리가 플롬열차를 타고 도착한 플롬역에 붙어있는 플롬열차박물관(Flam Railway Museum)이다. 기차 선로는 마치 비행기 활주로 느낌이 난다. 1/2/3. 열차박물관은 입장료는 없고, 플롬열차가 과거 건설될 당시 사용된 물건들, 그와 관련한 자료사진과 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잠시면 다 살펴볼 수 있다. 방명록에 한국어로 글을 남기고 왔다. 언젠가 다시 가서 찾아 읽어볼 수 있을까.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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