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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북유럽_23] 노르웨이 플롬(Flam) 여행 2화ㅣ북유럽 3개국 여행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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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한가로이 마을 구경을 하다보니 그리 크지 않은 곳인데도 꽤 시간이 흘렀나보다. 배가 고프다. 근처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메뉴가 꽤 다양하다. 이곳 전통음식이 뭘까, 전통음식을 먹어볼까 했는데 찾지 못했다. 그냥 예쁜 곳에서 먹기로 하고, 기차카페 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간다. 피자랑 파스타, 빵, 생선스프 같은 것을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생선스프가 알고보니 오뎅스프, 오뎅국(!)이다. 맛은 O뚜기 3분 스프에 어묵 넣은 맛. 친구랑 마주보고 웃으며 다음엔 모르는 건 주문하지 말자고 눈빛으로 약속한다. 많이 시켜서 일단 배는 부르다. 다 먹고나니 이토록 근사한 식당에 왜 손님이 우리뿐일까 했던 의문이 풀린다. 흣.


크루즈 여객선이 정박해있던 곳 말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마치 해수욕장 같이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자갈밭이 나온다. 물은 역시나 투명하게 맑다. 저 창고에는 무엇이 보관되어 있을까? 개인용 요트 보관해두는 곳 같다. 저 셔터를 올리면 이곳 주민들이 타고 다니는 작은 요트가 있을 것같다. 창고가 귀엽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일하는 돼지'들. 역시나 열심히 일 중이다. 아까보다 훨씬 많은 흙을 갈아엎어놨다.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일 하는 돼지. 심지어 일 잘하는 돼지님들 수고들하세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고, 또 길러지는 듯하다. 타고나는 기질이 전부도 아니고, 자라면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 또 전부도 아니라는. 잘 길러진(혹은 그릇 길러진) 돼지들의 노동은 내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아니면 내가 돼지를 심하게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7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방과 침대 등 컨디션이 좋다고 흐뭇했는데, 크나큰 단점을 발견한다. 바로 샤워시설. 독채 통나무집에는 샤워시설이 없고, 통나무집을 나와서 공동 샤워장을 사용하도록 되어있는데, 여러개의 샤워부스가 한 곳에 모여있다. 무척 춥고, 물을 쓰려면 돈을 넣어야 한다. 동전만 넣을 수 있게 되어있고, 대략 NOK50 우리돈으로 7천원 정도를 쓰고 겨우 샤워를 마쳤다. 역시 다 좋을 순 없다. 늦기전에 둘다 씻고, 친구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내일은 아침 9시에 피요르드(Fjord)를 유람하는 페리를 타기로 되어있다. 페리를 타고 피요르드를 둘러보고 다시 플롬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플롬(Flam)에서 구드방겐(Gudvangen)으로 가는 경로다.

 

나는 잠시 침대에 누워 쉬다가 저녁 9시쯤 혼자 산책하러 나간다. 요정들이 사는 마을의 야경이 궁금했다.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깨끗하고 조용한 시골 밤길을 혼자 걷고 있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감격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하지만, 뭐랄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어떤 감동이 밀려올라왔다. 지극히 예민한 나의 감성을 단 한 부분도 손상시키지 않는 완벽한 평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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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북유럽을 일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곳 야외 주차장에도 캠핑카가 여러대 주차되어 있고 그곳에서 불을 밝히고 음식을 먹거나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캠핑카 여행은 아직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언젠가 그런 마음이 들면 북유럽을 캠핑카로 여행하고 싶다. 캠핑카 여행을 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노르웨이의 자연이 궁금하다.


플롬열차에서도 만났던 노부부가 앞서 걸어간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에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른다. 지금 플롬(Flam)의 밤길을 걷고 있는 저분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을까. 잠시 먼 여행지에서 스치듯 만났지만 저분들도 나도 지금 온전히 평온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감사한 시간을 혼자 한껏 누리고 들어간다. 

라디에이터로 훈훈하게 데워진 방안 공기에, 포근하고 바스락거리는 침대 시트와 이불, 살짝 피곤한 몸, 평온한 마음. 오늘 밤은 숙면 예정이다. 옆 침대에서 이미 고로롱 소리를 내며 숙면 중인 친구도 그런 듯하다. 굿 나잇.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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