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_16]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 8화ㅣ북유럽 3개국 여행 (ft.해외여행역주행)

2014.9.

 

유르고르덴섬(Djurgarden)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로 간다. 햇살이 좋다. 아바(ABBA)의 음악에 푹 빠진 친구는 옆에서 연신 노래를 흥얼거린다. 섬 구경을 시작할 때 머리 위에 있던 태양은 이제 우리 코 앞까지 내려왔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잠시 해를 봤는데 눈 앞 시야에 하얀색 동그라미가 여러개 떠다닌다. 오후 4시가 다되어 가는데 햇볕이 따갑도록 비친다. 스트란드베겐(Strandvagen) 가운데 가로수길로 해를 피해 본다.  

 

 

스트란드베겐에서 15분쯤 걸어 어제 시위현장이었던 왕의 정원(Kungstradgarden)에 도착했다. 오늘같이 맑고 화창한날 공원 산책도 할겸.

 

 

공원에 다다를 즈음 멀리서 쿵쿵쿵쿵 음악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갈수록 쿵쿵 울리는 소리는 귀에 익은 노래로 바뀐다. <Glow_Ella Henderson>♬ 우와! 뭐지? 엘라헨더슨(Ella Henderson)이 야외 무대에서 공연 중이다. 영국가수인데! 스톡홀름에 콘서트하러 온 것인가! 뒤에 서서 느닷없는 콘서트 구경에 친구도 나도 제대로 신났다. 어제는 이곳에서 벌어진 과격(?) 시위를 피해 교회로 피신하고, 같은 장소에서 오늘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본다. 

 

 

인근을 더 둘러보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모두 접어두고, 엘라헨더슨 공연에 오후의 남은 시간을 기꺼이 썼다. 딱 이 장소, 딱 이 날씨, 딱 이 풍경, 딱 이 냄새, 딱 이 음악, 딱 이 시각,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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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시위대와 경찰에 막혀 건너가지 못한 다리를 한가로이 걸어 숙소쪽으로 간다. 가는 길에 감라스탄(Gamla Stan) 지역 호텔 몇군데 들러 오늘 저녁 숙박여부를 물어봤다. 도저히 28인실에서 하루 더 잘 수 없다는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런데 가격이 적당한 호텔은 우리가 찾는 컨디션의 룸이 없고, 우리가 찾는 트윈룸이 있는 호텔은 가격이 1박에 60만원이 넘는다. 헛웃음만 나오는 가격이다. 

 

 

놀란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태연하게 호텔 로비를 돌아나오는데 친구가 말한다. "그냥 거기 하루 더 묵을까?" 그럼 그렇지. 그만한 돈을 지불할만큼 숙박이 우리 여행에 가치있는 요소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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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마음을 돌린 친구를 위로하고, 숙박비를 아낀 것을 자축하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파티 메뉴로 우리가 런던 한인마트에서 사온 아끼던 컵라면과 햇반, 짬뽕을 모두 먹어치우기로 했다. 60만원을 아낀 날인데 무엇인들 먹지 못하랴. 컵라면 먹을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기분 좋게 야경을 눈에 담으며 숙소로 간다. 컵라면 국물색 노을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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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6시쯤 들어와서 이른시각이라 비어있는 샤워실에서 씻고, 경건하고 청결한 마음가짐으로 공용주방에서 저녁을 한국식으로 거하게 차려냈다. 컵라면, 햇반, 마른반찬, 짬뽕. 다행히 주방에 우리말고 아무도 없다. 차린 음식을 조금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방에 오니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28인실, 2층 침대 14개가 거의 비었다. 어제보다 쾌적한 상태로 쉴 수 있겠다. 친구도 표정이 밝아보인다. 각자 침대에 누워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북유럽 3개국 수도 중 가장 화려하다는 스톡홀름, 비록 우리가 묵은 숙소는 저렴하고 누추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왕궁보다 안락한 곳이다. 머무는 동안 날씨도 좋았고 시위대 구경, 콘서트 구경, 다양한 이벤트에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간다. 내일은 노르웨이로 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 되는 일정이다. 

 

2021.12.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