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
스톡홀름 시청에서 강 건너 쇠데르말름섬(Sodermalm)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밖에 안 된다. 시청 앞 큰 다리를 건너가면 언덕이 많은, 그 언덕에는 집들이 많은, 동화책에서 본 듯한 모습의 시가지가 나온다. 흥미롭고 화려한 관광지보다 로컬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구경하는 일이 사실 더 재미있다. 그 도시의 진짜 모습ㅡ이곳도 로컬 사람들에겐 관광지일수 있지만ㅡ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좁고 가파른 골목, 구부러진 골목, 폭이 넓었다 좁아지는 골목, 육교가 연결된 골목, 계단이 많은 골목, 다채로운 형태의 골목들이 연결된 마을이다. 그 골목들을 끼고 블럭장난감처럼 꼭 들어맞는 크기와 모양, 색감의 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장난감 마을 같다. 우리 각자의 삶을 마을로 만든다면 이런 모양일 것 같다. 한시도 똑같지 않은, 늘 새로운 순간들.
구획을 나눠 반듯반듯하게 만들어진 우리나라 신도시의 도로나 건물들에는 스윽 지나가는 내 시선을 붙잡는 그 어떤 특이점도 없다. 이 마을은 곳곳에서 내 시선을 붙잡는다. 오르막길을 따라 지어진 건물은 내부가 어떨지도 궁금하다. 지하1층~지하5층으로 구분되는건지, 옆집은 지하 2층, 앞집은 지하 1층, 뒷집은 지하3층, 뭐 이렇게 되는건지. 들어가보고싶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재미있는 건물들이 많다. 모양도 제각각인데, 뭔가 으잉? 하는 건물도 있다. 예를들면 길을 따라 걷는데 그 길이 갑자기 공중에 구름다리로 이어지고, 그 구름다리가 비탈길 아래에 선 건물의 옥탑방 창문으로 연결된다. 옥탑방에 사는 사람은 그럼 건물을 통해서도 들어가고, 이 구름다리를 통해서도 들어가는건가. 비상구인가. 재미있다. 이 동네 주민이 상세하게 이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골목구경에 한창인데 고고한 자태로 창틀에 앉아 바깥 풍경 감상에 한창인 고양이를 만났다. 처음엔 인형인줄 알았다. 반듯한 자세로 가만히, 우리를 봐도 전혀 동요함이 없었다.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한참을 쳐다봤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그제서야 몹시 성가신 관광객 대하듯 시선을 왼쪽으로 피한다. (tmi. 이 고양이는 내가 훗날, 5년후 인★그램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이날은 알지 못했다) 덧창을 열어둔 황토색 창문과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호랑이 무늬 고양이는 거의 완벽한 앵글을 만들어낸다.
고양이네를 지나 조금 더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예상대로 전망대(Mariaberget)가 나온다. 나무로 된 난간 너머 왕궁이 있는 감라스탄 지구(Gamla Stan)가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스톡홀름 시청이 있는 쿵스홀멘섬(Kungsholmen)도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는 섬들을 이어주는 작은 유람선들이 있는 선착장도 보인다. 이곳 전망대는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기 보단 동네 주민들을 위한 장소인 듯하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나온 주민들도 보이고, 간편한 차림으로 나와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다. 탁 트인 전망에 나무로 된 데크와 난간이 아늑한 느낌을 더해준다. 좋다. 밤에 올 수 있으면 야경도 근사할 것 같다. 숙소안에서 즐기는 야경 외에 여행지에서 야경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토록 멋진 '주경'으로 만족한다.
전망대를 돌아 내려오다보니 배가 고프다. 시각을 보니 배 고플때가 한참 지났는데, 아마 구경하느라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된 것이겠지. 화장실도 사용할 겸, 아까 올라올때 봐둔 힐튼호텔(Hilton Stockholm Slussen)로 들어갔다. 로비층엔 둘러봐도 화장실이 없다. 찾아보니 특이하게 반지하층에 화장실이 있네. 아마 이 호텔도 오르막길에 지어진 곳이라 구조가 특이하게 빠진 듯하다. 로비 쇼파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늘의 여정을 이어간다.
점심은 힐튼호텔 뒤편 서브웨이에서 고칼로리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기로 했다. 오후에는 왕궁 동쪽에 있는 유르고르덴섬(Djurgarden)을 둘러봐야하니까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즐겨먹는 편은 아닌데 여행할때는 예외적으로 최애 메뉴가 된다. 어느 나라에서 먹어도 기본적인 맛은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이 저렴하고, 먹기 간편하고, 식사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칼로리가 높아서 포만감이 오래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무튼 감사한 마음으로 다양한 장점을 지닌 여행 중 최애음식을 우걱우걱 먹는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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