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
감기약을 사려면 약국을 찾아야하는데 간판이 전부 스웨덴어로 되어있으니 찾기가 쉽지않다. 나는 강바람만 잠시 쐬어도 콧물이 나는데, 바닷바람이 쉼없이 사방에서 불어오니 감기+몸살+두통 증세는 당연한 코스다. 약국을 찾는 동안에도 눈에 들어오는 스톡홀름의 경치는 잠시 두통도 까먹게 할만큼 예쁘다. 썸네일 배경으로도 쓴 움푹 들어간 만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근사한 구도가 나온다. 아래 오른쪽은 왕립연극극장이다. 밝은 회색? 저런 색감의 건물이 예뻐보인다. 하늘이 유독 파래서 그런가.
무튼 30분을 헤매다가 드디어 쇼핑센터 지하에서 약국을 찾았다. 'Apoteket' - 스웨덴어로 약국을 이렇게 쓴다. 영어랑 유사한 부분을 1도 찾을 수가 없는 표기다. "감기로 인한 두통에 좋은 약, 두통이 심한데 감기도 걸렸다. 블라블라~~" 설명하고, 60알에 8천원 짜리 약 한 상자를 구입했다. 6알 정도만 사고싶다고 했는데 소량으로 된 약은 단순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단다. 영양제도 아니고 무슨 감기약을.. 두고두고 먹겠다. 약국에서 약을 먹고 잠시 앉아있으니 두통이 가라앉는다.
오후 3시, 쇼핑센터 밖에서는 총(공포탄이겠지)소리도 들리고 시위대는 고함지르고 경찰은 잡으러다니고 정신이 없다. 순간 좀 무서운 생각이 든다. 괜히 휩쓸려서 험한 일 당할까. 쇼핑센터에서 바깥 상황을 보며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 경찰 통제선 밖으로해서 현장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통제선 안쪽에서 어떤 남자가 뛰어나오고 그뒤를 총 든 경찰들이 막 쫓온다 공포탄 쏘면서!! 놀라서 바로 앞 문열린 가게로 뛰어들어갔는데 우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따라들어와서 문구점 내부가 느닷없이 북새통이 됐다. 스톡홀름에서 한국인 여성 2명 시위에 휘말려 경찰에 끌려갈뻔. 건물 옥상에서도 데모하고, 화학약품 뿌리고, 총 쏘고. 한국에서도 경험 못한 일을 복지강국 북유럽 스웨덴에서 겪는다. 나 원 참.
무슨 시위냐고 구경하는 행인에게 물어봤다. 반 나치 시위. 나치는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쪽 아닌가. 왜 스웨덴에서? 그것도 21세기에? 반 나치? 시위를 하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친일파 몰아내자 데모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인가. 무튼. 최루탄인지 화학약품 냄새에 눈도 따갑고 겁도 나고 해서 근처 교회로 잠시 피했다. 1시간 정도 후면 끝난다고 하니까 그동안 교회에 있어야겠다. 근데 교회 안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다 모여있다. 다들 같은 마음이구나. 여행 왔는데 여행지에서 시위대 만나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다.
시위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중심지에서 멀리 멀리 돌아서 숙소로 가보기로 했다. 시위하는 곳에서 멀리 돌아 중앙역이 있는 쪽으로 가니 현대식 빌딩들이 많이 보인다. 관광지가 아니라 로컬 사람들이 일하고 일상을 보내는 그런 곳인듯 하다. 익숙하고 흔한 도시 풍경이다.
드디어 중앙역까지 왔다. 숙소를 코앞에 두고 시위대를 피해서 도보로 약 1시간 30분 거리를 돌아간다. 중앙역에서는 4일 후 노르웨이 오슬로 가는 기차를 탈건데, 이렇게 미리 와본다. 3시에 딱 맞춰 체크인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둘러가니 숙소 도착하면 6시 되겠다. 오늘도 침대 좋은자리 잡는건 글렀다.
중앙역에서 우리 숙소와 왕궁이 있는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가 있다. 다행히 이 다리는 통제를 안해서 무사히 숙소를 향해 다리를 건너간다. 해도 뉘엿뉘엿 지고, 퇴근무렵인데 차도가 한산하다. 여기저기 도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중심지 인근으로 이동을 안하는 것 같다.
혼자 여행다닐땐 하루에 보통 7~8시간을 걷는다.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면 딱 정해둔 목적지 밖에 보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 있기가 어렵다. 그래서 걷는걸 좋아한다. 여기저기 들어가고, 앉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 닿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역을 찾거나 버스 번호를 체크할 필요도 없다. 여행지를 천천히 걸으면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좋다. 슬슬 피로가 몰려온다. 그치만 끝까지 걷기로 했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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