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영원회귀 이론, 불교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윤회설, 이 같은 사상들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고 있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영적 교사이자 철학자인 페테르 우스펜스키(P.D. Ouspensky, 1878-1947)는 1915년 소설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Strange Life of Ivan Osokin>에서 니체의 영원회귀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이반 오소킨이 자신의 이전 삶을 바꾸기 위해 마법사를 통해 과거로 인생 여행을 하는 것이 기본 서사인데 이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는 내용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이반 오소킨은 학교 생활에서도, 가정 생활에서도, 사랑에도 실패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모든 게 엉망이고 자신만 홀로 동떨어져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멈춰있는 듯합니다. 그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반복하며 자신이 다시 산다면 결코 같은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것 같을 때가 있고,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를 잊어버린 것 같을 때가 있어. 마치 이 모든 일이 과거에도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져. 하지만 그것이 언제였지? 모르겠어. 정말 이상한 일이야.' (p12) '방금 과거에도 이곳에 이렇게 앉아 있었던 것 같았어. 모든 것이 똑같았고, 나는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어.' (p287)
이반 오소킨은 일상 가운데 기시감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뭔가 잊은 듯도 하고 반대로 뭔가 기억하는 듯도 한 묘한 상황이 여러차례 반복됩니다.
저도 대화 중에나 여행 중에 기시감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건망증 탓인지 정말 영원회귀라는 게 일어나는 것인지 흥미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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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10년, 아니 12년 전으로만 돌려보내 주세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내가 모든 것을, 아주 사소한 내용까지 포함해 전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예요!" (p38)
그러던 어느날 죽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가 마법사를 만납니다. 그리고 마법사에게 자신의 잘못을 되돌릴 수 있게 12년 전으로 보내달라고, 대신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도 그대로 갖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바퀴에 올라타고 계속 도는 것과 같아요! 이것은 하나의 덫이에요.!" 노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친구여, 그 덫이 인생이라고 불리는 거야." (p290)
12년 전으로 돌아갔다 왔지만 이반 오소킨의 삶은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마법사는 실망하고 좌절하는 이반 오소킨에게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마법사 노인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를 반복하는 삶을 몇 번째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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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깨닫고 내일 잊어버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인간은 이 깨달음과 함께 살아가야만 해." (p301)
마법사는 배우고 깨달은 후 그대로 살아갈 것을, 그러니까 실천하고 행동하는 게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함을 알려줍니다. 인간은 생각과 의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죠. 몸으로 직접 체득한 것만이 내 것이 되고 내 운명이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네.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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