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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의 「유목민 호텔 Nomad's Hotel」을 읽고ㅣ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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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1933-)의 팬이라면 더없이 좋아할 책입니다. 세스 노터봄의 여행기 <유목민 호텔 Nomad's Hotel>입니다.

 

세스 노터봄은 여행을 즐기는 작가로 195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남미 수리남까지 운항하는 선박의 선원으로 장기 여행을 한 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행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이 'Nootebooms Hotel'인걸 보면 그의 여행가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목민 호텔>에는 전체 14개의 이야기가 수록돼있는데 세스 노터봄이 유럽,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을 다니며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언어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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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진정한 여행자는 폭풍의 눈 안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폭풍은 이 세상이고, 폭풍의 눈이야말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수단이다... 그 눈 안은 수도승의 방만큼이나 고요할 것이다. (p20) 1. 폭풍의 눈 안에서 

 

「1. 폭풍의 눈 안에서」에서 세스 노터봄은 진정한 여행자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상태로 존재하며 빠르게 또 느리게 움직이는 세상과 주변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고요함을 유지한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정신없이 뒤섞여 돌아가는 폭풍에 휩쓸리지 않고 말이죠. 

 

 

무릇 호텔이란 닫힌 세계, 경계가 있는 영토, 봉쇄 구역, 사람들이 자진해서 들어가는 장소다. 숙박객은 수도회의 회원이다. 객실은 남루하든지 호화롭든지 간에 그들의 독방이다. 방문을 닫고 문의 '안쪽'에 있으면 속세를 떠난 셈이다. (p144-145) 6. 노터봄의 호텔

 

타고난 여행자라면 여행지에서의 호텔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스 노터봄 역시 <유목민 호텔>에서 2개 장ㅡ6장과 14장ㅡ을 할애해 「노터봄의 호텔」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여행자는 수도자이며 호텔은 수도원이 됩니다. 

 

세스 노터봄은 자신이 평생 묵었던 호텔의 객실 번호를 모두 더한 숫자에 자신의 운명과 성격에 대한 암호화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의 객실 번호를 기록해두지 않았으니 운명을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엉뚱하고도 허무한 말을 덧붙입니다. 숫자나 기호에 집중하는 습관이 있다면 객실 번호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없긴 하죠. 

 

 

 

백인들은 아프리카를 두루 여행하면서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관광객들도... 스쳐 지나가며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p355-356) 12. 달 표면 같은 말리

 

아프리카 말리 여행기를 쓴 「12. 달 표면 같은 말리」에서는 낯선 문화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한 '구경'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세스 노터봄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20세기 중반만 해도 백인 여행객들의 머릿속엔 다른 민족에 대한 존중은커녕 선진문명에서 왔다는 자만심이 가득했었던 듯합니다.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Nootebooms Hotel'이라는 제목으로 여행지에서의 호텔 이야기만 모아둔 책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노터봄의 호텔.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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