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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슈테판 츠바이크의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을 읽고ㅣ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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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소설집 <보이지 않는 소장품 Die unsichtbare Sammlung>에 수록된 단편 가운데 하나인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Die Legende der dritten Taube」 입니다. 1916년 발표한 작품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 20세기 초 독일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한 독일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전쟁 배상금으로 어둡고 침울한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휴전에 들어갔지만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소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을 통해 세계가 다시금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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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의 시작은 태초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태초의 시간을 다룬 책에는 인류의 선조 노아가 하늘의 수문이 닫히고 아득히 깊은 물이 잦아들 무렵... 세 번째로 날려 보낸 비둘기의 여정과 운명에 관해서 누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 (p171)

 

인류의 선조 노아가 대홍수 이후 바깥 세상을 살펴보고 오라고 비둘기를 전령으로 내보냅니다. 방주를 떠난 세 마리의 비둘기 가운데 두 마리는 임무 완수 후 돌아왔으나 세 번째로 나간 비둘기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소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은 바로 이 세 번째 비둘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걸 잊은 지는 이미 오래였다. 이제는 세상이 고향이 되었고 하늘이 집이 되었다. (p173)

 

오랜 시간 방주에 갇혀 제대로 날지도 못하던 비둘기는 바깥으로 나와 모든 걸 잊고 황홀감에 취해 계속 날고 또 날았습니다. 노아의 당부를 잊은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하루 온종일 날아다니던 세 번째 비둘기는 마침내 이름도 없는 태초의 숲에 내려앉아 숨을 고릅니다. 

 

세 번째 비둘기는 텅빈 하늘과 땅, 온 세상이 제 것인 충만한 자유를 한껏 누립니다. 

 

 

태초의 생명은 영생을 갖고 있습니다. 세 번째 비둘기 역시 영원히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되어있습니다. 평화를 잃은 세상은 어디서든 전쟁이 있고 지진과 홍수가 곳곳에 일어납니다. 세 번째 비둘기는 이제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인류는 아직도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비둘기가 노아와의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죠. 

 

 

일찍이 신뢰를 저버린 전령이었던 이 비둘기는 이제 인류의 선조 노아에게 우리의 운명을 알리려 한다. 수천 년 전 그랬듯이, 세상은 누군가 손을 내밀어 이제 시험은 끝났다고 선언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p175)

 

길 잃은 세 번째 비둘기, 계속해서 시험을 당하는 세상,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이렇게 영영 잃어버리는 것일까요. 늦게라도 잘못을 뉘우친 세 번째 비둘기가 사명을 완수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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