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처럼 이어지는 우리의 일상이 언젠가는 마지막 날을 맞이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에게 남아 있는 아침이 단 한 번이라면 오늘 이렇게 맞이하는 하루가 예사로울 수 없겠지요.
미국 《뉴욕 타임스》 기자 존 릴런드(John Leland)가 《뉴욕 타임스》에 6부작으로 연재한 기획기사를 토대로 펴낸 에세이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에서는 괜찮은 삶에 대에 대한 잔잔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는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원서 제목은 'Happiness is a Choice You Make: Lessons from a Year Among the Oldest Old'로 독자에게 당장 오늘 행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묻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크게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2부 '마지막 인생 수업'에는 90대 노인 여섯 명과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저자 존 릴런드가 만난 여섯 분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배움을 얻었는지 궁금해서 2부부터 먼저 읽어 봅니다.
고령자들은 복잡한 감정을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학자들은 이런 경향이 지혜로워지는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삶이 너무 순탄하기만 해도 좋은 게 아니야. 어려운 일도 헤쳐나갈 수 있게 머리를 훈련시켜야지. 지나간 일은 그냥 내버려 둬. 그런 다음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거야." (p182-186) _2. 핑의 수업 中
90세 핑 웡은 홍콩에서 미국으로 온 지 30년된 이주민입니다. 60세무렵 해외이민을 온 것이니 그 어려움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겁니다. 핑은 마음 아픈 일을 겪으면 슬픔과 동시에 깨달음도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일을 그저 최악으로 버려둘 것인가 경험과 교훈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오직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이죠. 존 릴런드는 이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노년의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존을 보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바라기까지 한다고 해서 남은 날들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205) _3. 존의 수업 中
91세 존 소런슨과의 만남에서는 죽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합니다. 존 소런슨이 말하는 죽음에 대한 친밀감은 오히려 삶을 더 기운차게 하고 모든 것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매 순간이 소중하고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그대로 실천하는 삶이네요.
"나는 내 하루하루에 '나비 효과'가 있다고 믿어. 일종의 도덕적인 격언 같은 거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다음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기 위한 도덕적 책임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나쁜 짓은 뭐든 안 하려고 해. 제일 든든한 보험을 드는 거야." (p290-291) _6. 요나스의 수업 中
92세의 요나스 메카스는 고향 리투아니아가 소련에 점령당하고 독일 나치군에 붙잡혀 투옥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 그의 낙천성의 근원을 묻는 존 릴런드에게 요나스가 이메일로 답한 내용은 여느 종교적 가르침에도 비견할만한 깊이가 있습니다.
내 하루하루 그리고 모든 순간에 나비 효과가 있다...
덧붙여 요나스는 우리 안에 있는 '뭔가'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도 말합니다. 우리의 일부일수도 있고 뮤즈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 '뭔가'가 말이죠. 저는 요나스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든 듯합니다.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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