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읽고
책의 제목이 마치 저자의 작품 특질을 묘사하듯 잘 어울립니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 1962)의 단편 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들 Opowiadania bizarne>입니다. 기발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화두를 담아놓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제가 있을까 싶네요.
이 책은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해에 출간되었으며 전체 10편의 중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 다른 존재들과 극적으로 그리고 현저하게 다르다고 확신합니다... 당신과 저 낙엽송 사이의 간극이 낙엽송과 저기 있는 딱따구리 사이의 간극보다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유가 대체 뭐죠?"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요." _p.147 「트란스푸기움」 가운데
<기묘한 이야기들>에 수록된 열 편의 중단편은 각기 다른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다차원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기묘한 인간. 기묘한 생명. 기묘한 세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누스 문두스(Unus mundus)'라는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모금에도 전 세계가 담겨있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창조하라! 그리고 살아가라! 이것은 중요한 조합이다. 그 밖에 다른 명제는 내게 필요치 않다. _p.83 「방문」 가운데
창조하라. 살아가라.
내 방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조해 내는 것들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정말 중요한 조합입니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 p.11 「승객」 가운데
올가 토카르추크의 이야기는 기묘하고 또 형체가 모호해서 재미있습니다. 알 것 같은데 언어로 표현할 순 없는 느낌이 긴장감을 갖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열 편의 단편들 가운데 특히 첫 번째 수록된 「승객」이 인상적입니다. 괴상한 이야기에 이은 철학적인 문장은 그 이야기에 다시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지금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봅니다. 흠.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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