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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조너선 프랜즌의 「순수 Purity」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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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프랜즌의 「순수 Purity」를 읽고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과 불순한 사건들을 통해 순수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인생수정 The Corrections>의 작가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 1959-)의 2015년 작품 <순수 Purity>는 디지털 정보화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밀과 폭로, 그것을 둘러싼 권력이라는 메커니즘이 <순수>의 줄거리 전반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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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권력이었다. 돈도 권력이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도 권력이었다. 권력, 권력, 권력. 세상은 어째서 권력 차지를 위한 아귀다툼을 중심으로 돌아갈까? (p.792)

 

주인공 핍이 소설 후반부에 털어놓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은 과거와 현재를 지나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해소되지 않을 물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 권력, 권력... 

  

<순수>는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휴가기간 읽었던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시대의 대서사시는 역시 크게 시간을 뚝 떼내어 여유 있게 읽는 게 좋습니다. 저도 주말을 이용해 읽었는데 대부분의 좋은 책이 그렇듯 <순수>도 무리 없이 '인생 책' 목록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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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유명세에 관한 진실을 꼭 알아야 하죠. 유명해지면 다시는 타인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며 뉴스거리가 되는 사람인지를 끝없이 상기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잃고 영혼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되니까요. (p.102)

 

주인공 핍이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선라이트 프로젝트'라는 조직의 리더 안드레아스 볼프가 핍에게 보낸 메일 내용 중 일부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계정과 채널을 갖고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타인의 비밀을 폭로하는 일을 하며 권력을 다루는 볼프 같은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조용한 경고와도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연예인이 방송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 게 기억나네요. 모든 사람이 나를 아는 삶, 그 삶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자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밀의 원칙은 두 가지 모순되는 의무감으로 구성된다는 게 내 이론이야. 비밀을 지키려는 의무감과 비밀을 발설하려는 의무감. 네가 타인과 구분되는 인간이라는 걸 넌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몇 가지 비밀을 간직함으로써 너는 타인과 다른 내면을 갖게 돼..." (p.407)

 

타인과 내가 구별되는 내면을 갖는 것은 비밀 덕분이라는 말이 큰 깨달음처럼 들려옵니다. 그 비밀이란 우리가 자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드러나지 않고 드러낼 수 없는 비밀들이 우리 내면을 빚어간다... 어떤 면에서는 그 비밀들이 인간의 <순수 Purity>와 배치되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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