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로리의 「그 여름의 끝 A Summer to Die」을 읽고
뉴베리 상(Newbery Medal)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 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로이스 로리(Lois Lowry, 1937-)의 데뷔 소설 <그 여름의 끝 A Summer to Die>입니다. 이 책은 1972년에 발표한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어릴 적 언니의 죽음을 바탕으로 쓴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여름의 끝>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10대 소녀 메그는 열세 살이 되던 여름, 언니 몰리의 죽음을 겪습니다. <그 여름의 끝>에서는 몰리 언니와의 추억, 그리고 언니의 죽음 이후에 남은 삶, 설명하기 어려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린 소녀의 서툰 시선으로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금을 그은 것은 몰리 언니였다. 언니는 분필로 금을 그었다. (p.7) _첫 문장
도시에서 나고 자란 몰리와 메그는 아버지의 집필 활동을 위해 온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합니다. 도시에서는 방을 따로 썼었는데 140여 년 된 오래된 시골집에서는 둘이 한 방을 사용하게 되고 몰리는 분필로 금을 그어 서로의 영역을 나눕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앞으로의 비극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합니다.
왜 나는 언니와 다를까? (p.56)
모든 형제자매가 그렇듯, 둘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몰리는 예쁘고 메그는 똑똑합니다. 몰리는 늘 자신만만하고 자신이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데 메그는 공부만 잘합니다. 그런 언니를 보며 늘 부러워하며 자신도 언젠가 '무언가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어느 날 새벽, 코피를 잔뜩 쏟은 몰리는 응급실에 실려가고 그날 이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몰리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몰리의 병과 성격 변화가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메그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립니다. 몰리가 앓는 병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메그가 직감적으로 느끼기 시작하던 때, 또다시 악몽을 꾼 메그에게 아버지는 몰리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줍니다.
"네 꿈은 현실을 반영한 거란다.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생각해 보면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몰리는 우리 곁을 떠날 거야. 아무리 네가 바라지 않아도 몰리와 헤어지게 될 거야. 삶이 왜 그렇게 빨리 끝나야 하는지 알고 싶어도,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어." (p.160)
몰리와 메그의 아버지의 이 말이 모범답안처럼 느껴집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솔직하고도 진실된 아버지의 말은 메그가 이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적어도 혼란은 줄여줬을 듯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인생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는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텅 빈 침묵은 이야깃소리와 웃음소리로 조금씩 채워지고 뾰족하기만 하던 슬픔의 모서리도 점점 닳아 무뎌진다. (p.184)
몰리 언니가 그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가족들 곁을 떠납니다. 메그는 그렇게 좋아하던 몰리 언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제 자기 안에 품고 살아갑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몰리 언니가 떠난 그 순간에 모든 게 정지해 버리고 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메그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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