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미하일 불가코프의 「불가코프 중단편집」을 읽고

728x90
반응형


미하일 불가코프의 「불가코프 중단편집」을 읽고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의사이자 극작가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Afanasyevich Bulgakov, 1891-1940)의 초기 작품들을 모은 <불가코프 중단편집>입니다. 미하일 불가코프는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이삭 바벨(Isaac Babel)과 함께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문학가로 주로 소비에트 정권에 비판적인 작품을 썼으며 이로 인해 그의 희곡은 여러 번 상연이 금지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불가코프 중단편집>에는 13편의 중단편이 수록돼있는데 불가코프가 문단에 들어서면서 쓴 작품들로 그의 문학적 동기와 근원을 보여줍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초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학 스타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반응형

 

<불가코프 중단편집>에서 혁명 이후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심령술 모임」, 「말하는 개」, 「망자의 모험」, 「모스크바의 벽-전초기지에서」, 「이집트 미라-노조원의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 완전무결한 세상을 표방한 소비에트 정권의 모순과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불가코프 특유의 유머 있는 문체로 묘사합니다. 

 

불가코프의 작품은 처음 읽는데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에서 보이는 유머러스함이 닮았습니다. 유머와 위트를 가장한 문체가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 사회에서 문학이 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러시아 문학의 스타일일지도.

 

 

"이 쪽지 갖고서 죠르노브-코추베옙스카야 연료지부장한테 가세요. 환자분한테 모스크바에서 오는 기차표를 써 줄 겁니다." // "어딜 지금 관까지 들쳐 메고 사무실 안으로 기어 들어가려는 거야, 이 벼락 맞을 시체 녀석아!" / "모스크바행 기차표가 필요합니다... 촬영해야 합니다..." _「망자의 모험」 가운데

 

 

「망자의 모험」에서는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경직된 행정절차를 유머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 가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 오라는 의사의 처방에 환자는 기차표를 받으러 가지만 '서류'가 없이는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권위적인 사무원들로 인해 이리저리 핑퐁 당하던 환자는 결국 기차표는 받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망자가 되어 관을 들쳐 메고 찾아온 환자에게도 행정직원들은 시체에게 어떻게 '서류'를 써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어라 쓸까요?"

 

728x90

 

 

"참 멍청한 분이시군요. 저 개가 진흙탕을 걸을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요." 저는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개는 저한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죠. 그런데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저 개는 프롤레타리아를 좋아하지 않죠." _「개의 삶」

 

불가코프는 철도 노동자들의 신문인 《기적》에 글을 투고하는 일을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개의 삶」입니다. 어느 철도 노동자의 편지를 인용하는 형식의 이 작품에서도 소비에트 연방의 수직적 사회 체계와 그에 동조하는 일반 시민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기차에서 만난 한 여성과 그의 개ㅡ부르주아ㅡ에 관한 이야기인데 프롤레타리아인 철도 노동자를 좋아하지 않는 개에 관해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고자 불가코프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마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자신이 내용을 각색하지 않았음을 불가코프는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철도 직원의 편지를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옮김. 


2024.12.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