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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비키 바움의 「그랜드 호텔 Grand Hotel」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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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 바움의 「그랜드 호텔 Grand Hotel」을 읽고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비키 바움(Vicki Baum, 1888-1960)의 대표작 <그랜드 호텔 Menschen im Hotel; Grand Hotel>입니다. 1929년 발표한 이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비키 바움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1932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각색되고 1989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만들어집니다.

 

소설 <그랜드 호텔>은 1920년대 독일 베를린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비키 바움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오토 크링엘라인을 포함한 여섯 명의 인물들이 '그랜드 호텔'에 머무는 6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화려한 외양에 가려진 피폐하고 불안한 대도시의 삶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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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경리 직원으로 일했으나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크링엘라인은 병으로 죽음이 임박해지자 모은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하고 자기 회사 사장이 즐겨 이용하는 베를린의 최고급 호텔 <그랜드 호텔>을 찾습니다.

 

그곳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오터른슐라크 박사와 잠시 인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께서 생각하는 그런 삶이 있을까요? 원래의 것은 항상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법이죠. 젊었을 적에는 나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으면 저기에 있다고, 인도에, 아메리카에, 뭐 그런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데 가면 삶을 사라져서, 당신이 떠난 바로 이곳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p.54)

 

 

"이 호텔은 빈 껍질입니다. 인생하고 똑같습니다. 와서 잠시 머물다가 떠나갑니다... 아름다운 빈 껍질, 큰 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라는 그랜드 호텔, 안 그런가요? 요점은 짐을 꾸려두라는 것입니다..." (p.55)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오터른슐라크 박사는 <그랜드 호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키맨 같은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그랜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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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선 발레리나 그루진스카야는 <그랜드 호텔>에서 자살을 생각합니다.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나는 무엇을 더 기다리나. 왜 고통을 참고 있는 걸까. 난 지쳤어. 유명하다는 것이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은 몰라. 나는 혼자야. 아무도 없어. (p.129)

 

그루진스카야의 독백이 마치 유명한 고급호텔 <그랜드 호텔>의 독백처럼 들립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다양한 인생이 마주치고 지나가지만 그 누구도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기둥과 벽으로 철저히 나뉜 외롭고 차가운 그랜드 호텔 말이죠. 

 

 

6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랜드 호텔>에서는 범죄와 로맨스를 비롯한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 모여듭니다. <그랜드 호텔>은 인간의 삶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대형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대로 마무리되는 빈틈없고 완벽한 운명을 갖지 못하는 법이다. 단지 부스러기, 조각, 부분만이 남을 뿐이다. 무관심한 사람이든 별난 사람이든 모두 객실 안에 들어 있고, 잘 나가는 사람이든 못 나가는 사람이든, 행복이든 파멸이든 전부 다 벽 안에서 일어난다. 회전문은 계속 돌아간다. (p.317)

 

크링엘라인이 <그랜드 호텔>에서 얻은 인간과 인생에 대해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어떤 깨달음이 되었건 <그랜드 호텔>에 들어오기 전보다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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