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메이의 「락다운 Lockdown」을 읽고
스코틀랜드 소설가 피터 메이(Peter May, 1951-)의 서스펜스 스릴러 <락다운 Lockdown>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집필되었으나 당시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영국 내 출판이 거부되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혼란스럽던 2020년 4월에야 빛을 봅니다. 15년 이후를 내다본 예언서와도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메이는 이 책의 수익금 일부를 COVID-19 피해자 지원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락다운>의 배경은 영국 런던입니다. 감염될 경우 8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독감 팬데믹으로 런던이 봉쇄되고, 계엄령이 내려진 도시에는 광범위한 대중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고 총리와 그 가족을 포함 한 수천 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고 이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런던 시내에 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맥닐은 차도 사람도 거의 없는 거리의 모습에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가스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카키색 천 아래에서 노려보고 있는 군인들을 지나쳐 갔다. (p.25)
그러던 중 임시 병원을 짓기 위한 건축 현장에서 어린아이의 유골이 담긴 가방이 발견되고, 거기서부터 서스펜스 스릴러가 시작됩니다.
수사를 맡은 맥닐 형사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세력도 그에 맞춰 움직입니다. 어린아이의 유골과 팬데믹은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그 배후에는 또 어떤 음모가 숨어있는 걸까요.
<락다운>은 스릴러 소설답게 속도감있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수사 도중 맥닐 역시 이 바이러스로 아들 션을 잃습니다. 이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만이 그가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그 뼈를 처음 발견한 시점에는 션이 아직 살아 있었는데... 이제 살아갈 이유는 여기 있었다. 그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이 어린 소녀의 살인자를 찾아내고 싶었다. (p.123)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온 지금, <락다운>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이 치료제 수급에 대한 것입니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약인 '플루킬'은 구입할 여건이 되는 국가들이 거액을 들여 선주문을 넣었으며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사용됩니다.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 국가의 국민들은 치료제를 써볼 수도 없는 것이죠. COVID-19 백신 수급 당시 벌어졌던 이와 유사한 상황이 떠오릅니다.
<락다운>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전모가 드러나고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과연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피터 메이의 '잔혹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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