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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 Chess Story」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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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 Chess Story」를 읽고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체스 이야기 Schachnovelle; Chess Story, The Royal Game>입니다. 1942년 출간된 이래 지속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20만 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빈에서 태어나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1933년 나치 독일이 정권을 잡자 아내와 함께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을 거쳐 브라질 페트로폴리스로 망명합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츠바이크는 1942년 2월, 그들의 집에서 아내와 함께 죽은 채 발견됩니다.

 

이 책 <체스 이야기>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아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기 1년 전인 1941년 집필한 것으로 체스 게임과 관련한 치밀한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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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는 전체 15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중편소설로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화자가 뉴욕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여객선을 탑승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특징할만한 것으로 승객 가운데 세계 체스 챔피언인 미르코 첸토비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화자는 아내와 체스를 두며 첸토비치의 관심을 끌고 마침내 사업가인 맥코너가 거액의 대진비를 지불하고 첸토비치와 체스를 두기에 이릅니다. 

 

이 부분이 액자의 틀이 되는 서사입니다. 

 

 

그는 조용하고 태연하게 탁자 쪽으로 다가왔다. 자기가 누군지 소개하지도 않는 것이, "내가 누군지 당신들이 알고 있을 테고, 당신들이 누구인지는 난 관심 없소이다."라고 불손한 태도로 말하는 듯했다. (p.43)

 

체스 게임에 대한 재능 외에는 뚜렷한 자질도 없고 매너도 부족한 첸토비치는 1대 다수ㅡ화자와 맥코너가 포함된 무리ㅡ로 게임하는 체스 시합에 10여분이나 지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한 태도로 무미건조한 지시를 일삼습니다. 

 

 

첸토비치와의 체스 게임 도중 미지의 신사 B. 박사가 등장하고 연패를 이어가던 화자가 포함된 그룹에 승리의 기운이 비칩니다. 대체 B. 박사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커지고 B. 박사는 화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B. 박사가 해주는 이야기가 액자소설 내부의 서사가 됩니다.  

 

<체스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사건들은 20세기 초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개인적 경험과 해석이 뒤섞여 있습니다. 독자로서는 자연스럽게 소설의 토대가 된 실제 사건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정신 작용이 체스 게임과 얽혀있는 B. 박사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듯 보이지만 비극적인 개인사, 혹은 시대의 역사입니다. 

 

 

사실 체스의 매력은 말입니다, 서로 다른 두개의 뇌에서 자신의 전략을 서로 다르게 짜 나간다는 오직 거기에 바탕을 두고 있답니다. (p.104)

 

그런 이중사고는 사실 의식의 완전한 분할을 전제로 하지요. 마치 기계 장치처럼 뇌의 작용을 원하는 대로 켰다 껐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신을 상대로 체스 게임을 한다는 것은 그런 역설을 의미합니다. (p.105)

 

인위적인 정신분열이라는 것, 그런 의식분열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을 겁니다... 죄수였다는 것을, 죄 없이 투옥되어 수개월 동안 교묘하게 고독이라는 고문을 당하면서... (p.110)

 

체스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던 B. 박사는 첸토비치와의 게임을 끝으로 체스를 버립니다. B. 박사는 체스에서 자신을 시험해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남기고 겸손하게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체스 이야기>의 화자와 우리 독자들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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