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Life of Pi」를 읽고ㅣ일러스트 버전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Yann Martel, 1963-)의 <파이 이야기 Life of Pi>입니다. 이 책은 특히 국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크로아티아의 작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Tomislav Torjanac, 1972)가 일러스트를 그린 판본으로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The Illustrated Life of Pi>입니다.
유화로 거칠게 작업한 삽화가 <파이 이야기>와 잘 어울립니다.
소설의 주인공 '파이'는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인도계 성인 남성입니다. 얀 마텔은 인도에서 만난 한 노인의 소개로 '파이'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오래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바로 <파이 이야기>입니다.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 10대시절 파이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형과 함께 행복한 유년을 보냅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인도의 정치 사회적 상황이 불안해지며 파이의 부모는 캐나다 이민을 결정하고 1977년 6월, 파이네 가족은 화물선 '침춤 호'를 타고 폰티체리를 떠나 캐나다로 향합니다.
여기까지 쓰인 1부의 끝부분에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과도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일을 우리가 어쩔 수 있을까? 다가오는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것을. (p.149)
2부에서는 본격적인 <파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바로 '침춤 호'의 침몰이 중요한 발단이 됩니다. 크고 튼튼해 보이던 '침춤 호'는 태평양 한가운데 가라앉아버리고 망망대해에는 구명보트에 올라탄 다섯 생존자만 남았습니다.
파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고, 벵골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잡아먹자 파이는 살아남기 위해 '리처드 파커'를 길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리처드 파커를 길들여야 했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p.250)
<파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파이가 조난 후 구조되기까지 277일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그를 마침내 살아남게 한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덕분임을 고백합니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 있게 해 주었다. (p.251)
소설 후반부에서는 침몰한 '침춤 호'를 소유한 일본 기업이 진상 조사차 파이를 찾아옵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파이는 철학자와도 같은 말을 합니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그래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p.459)
파이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1부 마지막 문장이 그 해답이 아닐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해피앤딩이다. (p.152)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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