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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순수와 비순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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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순수와 비순수」를 읽고


프랑스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 Gabrielle Colette, 1873-1954)의 1932년 작품 <순수와 비순수 Le Pur et L'Impur>입니다. 이 책은 발표 당시에 <이 쾌락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1941년 저자의 의도에 따라 표제가 바뀌었습니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당대를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가장 유명한 불문학 소설가 중 한 명입니다. 1948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프랑스에서 국장(國葬)을 치른 첫 번째 여성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평하는 것이 바로 이 책 <순수와 비순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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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비순수>는 콜레트의 자전적 소설로 50대 후반에 집필해 70세즈음 최종 형태로 다듬어 출간했습니다. 콜레트는 <순수와 비순수>에서 그녀가 20~30대 시절 교류했던 다소 '별난' 인물ㅡ여장 남자, 남장 여자, 중독자, 카사노바 등ㅡ들을 등장인물로 출연시킵니다. 

 

그리고 작중 콜레트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합니다.  

 

 

나는 그가 한층 더 싫어졌다. 그는 내가 향락을 누릴 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저속하지만 고요한 쾌락, 일종의 속물근성, 허세, 진실되기보다 가식적인 호기심에서 비롯한 쾌락을. _샤를로트 (p.10)

 

모임이 있어 찾은 어느 살롱에서 한 낯선 남자가 이곳에 소설 소재 찾으려 왔냐는 식의 말을 건네고 정곡을 찔린 콜레트는 불쾌한 감정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순수하지 못한 '쾌락'을 자백합니다.

 

여기서 작품의 초판 표제가 <이 쾌락들...>이었던 걸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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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자주 만나면서 질문도 거의 하지 않고 야유에 전혀 동참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남자의 형상을 한 존재는 위험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틀림없이 이례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남성적이다. 나의 이상한 친구들은 내 앞에서 어떤 대화도 삼가지 않았다. _C와 남자들 (p.174)

 

콜레트는 자신이 기억에서 끌어올린 인물들과의 일화를 통해 욕망, 질투, 쾌락 같은 것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며 편견을 걷어낸 보편적인 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매우 복잡하고 신비한 존재이며 이는 모두가 같다는 것을 말이죠.

 

덕분에 '이상한 친구들'은 콜레트 앞에서 어떤 대화도 삼가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공유합니다. 

 

 

그에게는 일보다 쾌락이 더 큰 걱정거리였다고 나는 짐작한다. 어떤 나이에 이르면 타인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일보다 혼자서 참는 편이 훨씬 덜 불안하기 때문이다. _X와 돈후안 (p.41)

 

<순수와 비순수>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불안정한 정서와 삶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형태만 달랐지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쾌락들'에 둘러싸여 실존적 불안을 적절히 조율하며 살아갑니다. 앞서 콜레트가 말한 것처럼 말이죠. 

 

책을 다 읽고나니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가 표제를 <순수와 비순수>로 바꾼 이유를 짐작할 것 같습니다. 기독교 용어인 '은혜와 율법'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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