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The Whisperer」를 읽고
ㅣ작품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범죄학자 도나토 카리시(Donato Carrisi, 1973-)의 2009년 데뷔 소설 <속삭이는 자 Il Suggeritore, The Whisperer>입니다. 이 책은 실제 자신이 참여한 사건을 소재로 집필한 작품으로 <속삭이는 자>는 발표 직후 이탈리아에서만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유럽 문학계에 돌풍을 일으킵니다.
<속삭이는 자>는 실종된 소녀들과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꾸려진 특별수사대의 조사 과정을 그린 범죄스릴러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실종자 전문가인 밀라(Mila)와 범죄학자 고란(Goran)으로 이들은 작품 전반에 걸쳐 수수께끼 같은 다양한 역할로 사건에 얽혀 들게 됩니다.
<속삭이는 자>는 전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스릴러 소설로 읽는 내내 결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놓기 어렵습니다. 결국 반쯤 읽다가 결말을 먼저 읽고 다시 나머지를 읽습니다.
이 책은ㅡ사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ㅡ단순 추리소설을 넘어서는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넘어 연쇄 실종, 그것도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의 사건이 실화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속삭이는 자>에 대해 알고나면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 우리 눈에 보이는 것,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ㅣ작품 속 문장들
'신은 묵묵히 지켜볼 뿐이야... 악마가 속삭이는데도...' _밀라의 생각 (p.610)
"누군가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법이지..." _고란의 말 (p.604)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ㅡ왜냐하면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괴물도, 그림자도 아니었다ㅡ평범한 소시민으로 지금 이 시각에도 아무렇지 않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거리를 거닐면서.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걷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p335)
인간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그 길은 끊어지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 간혹 그렇게 뒤틀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끝났던 곳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아니면 그냥 그렇게 멈춰버리기도 한다. (p.38)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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