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A Woman's Story」를 읽고

728x90
반응형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A Woman's Story」를 읽고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Therese Blanche Ernaux, 1940-)의 소설 <한 여자 Une Femme, A Woman's Story>입니다.

 

아니 에르노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10개월 여에 걸쳐 써 내려간 자신의 어머니, '한 여자'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히 <한 여자>는 개인의 감정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한 여자로서 어머니의 삶과 그녀의 딸인 자신의 모습을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 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며... (p.51)

 

반응형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_첫 문장

 

작가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이 첫 문장을 써냅니다.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다가 그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카사노바 호텔>의 '방문'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가끔씩 인식했다. "내 상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될까 봐 두렵구나." 혹은 기억했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p.102)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던 시기에도 가끔씩 인식하고, 기억했습니다. 장성한 자녀 앞에서 <한 여자>의 고백은 모든 치매 환자의 두려움이자 모든 부모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보여줍니다.  

 

<한 여자>는 가난으로 모든 걸 아껴야 했으며 늘 돈 걱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그곳에서 오가는 오만 가지 인생살이 이야기를 통해 겨우 다른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또한 나름의 권력ㅡ몇몇 가정에 외상을 줌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게 돕지 않았던가?ㅡ 말하고 들어주는 즐거움. 요컨대, 폭넓어진 세상살이의 행복. (p.39)

 

여기서 사용된 '권력'이라는 용어가 어딘가 위트처럼 보이면서도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만큼 탁월하네요. 

 

728x90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p.110)

 

아니 에르노는 자신, 아버지, 어머니, 가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작가입니다. 그 어떤 소재들보다 쓰는데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를 담담히, 마치 관찰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가려면 얼마나 집요한 자기 성찰이 있었을까요. 덕분에 독자로서는 그녀의 글에서 특유의 고통과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2024.12.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