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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더 베스트 오퍼 The Best Offer」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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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토르나토레의 「더 베스트 오퍼 The Best Offer」를 읽고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1956-) 감독의 <더 베스트 오퍼 La migliore offerta>입니다. 2013년 영화로 제작된 작품의 영화 대본을 소설로 각색한 것으로 영화는 2014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습니다.

 

'베스트 오퍼(Best offer)'는 경매에서 낙찰을 받기 위해 제시하는 금액 중 최고가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귀중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 이 소설에서 말하는 베스트 오퍼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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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스트 오퍼>의 주인공은 30년 넘게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 버질 올드만입니다. 그는 강박증으로 장갑을 끼지 않고는 뭘 만지는 법이 없는 예민하고 고독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의 고독은 자신이 강하게 원해서 스스로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이었다. 좋든 나쁘든 조용한 삶을 영위하고,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균형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p.19)

 

그 무엇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철저히 균형잡힌 일상이 버질 올드만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온전한 균형인지에 대해서는 두고 볼 일입니다.   

 

버질 주변에는 크게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버질의 친구 빌리, 젊은 기계공 로버트, 광장공포증을 앓았던 여성 클레어인데 모두가 버질에게 도움을 주거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이들입니다. 특히 본질적인 성향이 같았던 클레어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동거를 제안하기까지 합니다. 버질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이죠. 

 

"당신은 다른 사람과 닿는 걸 두려워하잖아요. 전 남들이 사는 곳에 가는 게 두려워요.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행동 다 아주 유사한 논리에서 시작된 것 같네요." (p.53)

 

버질과 클레어의 관계가 진전될수록 둘은 각자가 가진 두려움을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극복해낸 듯 보입니다. 심지어 버질은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클레어의 얼굴을 어루만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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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뒤편 해설에서 옮긴이는 <더 베스트 오퍼>는 거짓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 말에 자연스럽게 수긍이 갑니다. 철저히 주변을 통제하고 자신을 고립시키면서까지 버질이 지키고자 한 삶의 균형은 모래 위에 세워진 허상이었음이 드러납니다. 

 

"모든 위조품 속에는 항상 진실된 뭔가가 담겨 있지요." (p.101)

 

그동안 지켜온 모든 것을 잃은 버질은 이 한 마디를 붙잡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떠납니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과연 이후 버질은 달라진 삶은 어떠한 모습일지 독자로서 기대가 됩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건 그 이전의 버질로 돌아가진 않으리라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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