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라 다고스티노·에스테파니아 브라보의 「눈의 시」를 읽고
표지에 그려진 토끼 뒷모습이 너무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이탈리아의 작가 아주라 다고스티노(Azzurra D'Agostino) 가 글을 쓰고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에스테파니아 브라보(Estefania Bravo)가 그림을 그린 <눈의 시 Poesie della Neve>입니다. 아주라 다고스티노는 모든 것을 덮어주는 눈의 시적인 속성에 반해 이 글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림을 그린 에스테파니아 브라보는 <눈의 시>가 데뷔작입니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그림체가 글의 내용과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겨울 풍경을 담은 스노우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토끼의 클로즈업된 동그란 얼굴이 첫 페이지에 담겼습니다. 동그란 구체 안의 세상에서 토끼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눈은 모든 결점을 지웠어 / 구겨지고 버려진 것들 / 진흙과 아스팔트 / 결함과 균열과 작은 배신들 / 저마다 품고 있던 비밀들은 사라졌고 / 모든 것이 뒤섞였지 /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_본문 가운데
시인이기도 한 아주라 다고스티노는 하얗게 내린 눈에서 진실을 발견합니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죠.
주로 어둑해진 밤에 그림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활자만 있는 시에 비해 그림과 시가 함께 있는 그림책은 조금 더 손쉽게 우리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의 공간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눈의 세상에서 선명해지는 건 / 아무것도 아닌 존재 / 작고 희미한 것 _본문 가운데
눈을 좋아하는 것과 비행기를 타고 구름위를 내려다보길 좋아하는 건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보게 해 줍니다. 그때 비로소 어떤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엔 존재하는지도 모르던, 그러나 진실로 중요한 것들 말이죠.
'작고 희미한 것'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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