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고
미국 남부 출신의 소설가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의 장편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 The Ballad of the Sad Cafe>입니다. 1951년 발표한 작품으로 카슨 매컬러스의 최고의 걸작이자 그녀의 작품세계의 정수로 꼽힙니다.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에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괴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성격적으로 공동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고립을 겪는 인물들입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역시 남부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상한'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첫 문장에서부터 황량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동떨어진 감각들이 남부의 작은 마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을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이 마을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곳같이 외롭고 슬프다. (p.9)
주인공 미스 어밀리어는 키가 180cm인 장대한 여성으로 눈동자가 한가운데로 몰린 사시입니다. 힘이 세고 인색하며 돈을 버는데만 관심이 많은 어밀리어는 이 황량한 마을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료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스 어밀리어는 사랑이라는 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꼽추이자 약골인 라이먼을 사랑하게 됩니다. 라이먼에게 헌신하며 사랑을 알아가던 어밀리어는 라이먼을 위해 카페를 열기까지 합니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p.51)
이 한 문장이 미스 어밀리어와 라이먼의 사랑, 정확하게는 라이먼을 향한 어밀리어의 사랑을 정확히 설명해 줍니다. 덧붙여 서술자는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미스 어밀리어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 쌓여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처음으로 눈을 들어 1월 한밤중의 하늘에서 차갑고도 신비로운 광휘를 보고는 문득 자신의 왜소함에 대한 지독한 공포로 심장이 멈추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p.23)
<슬픈 카페의 노래>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본질, 사랑의 진실은 외로움이라는 것을 말이죠. 크고 깊은 사랑일수록 그 사랑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지를 역설적이게도 깨닫게 됩니다.
소설은 이유가 어찌되었건 사랑의 결국은 혼자라는 것, 혼자 남겨진다는 것을 미스 어밀리어의 삶을 통해 넌지시 일러줍니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 (p.115)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황량하고 외로운 마을에도 사랑이 지나간다는 것이겠지요.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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