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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결핍으로 달콤하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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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결핍으로 달콤하게」를 읽고


드디어 그 유명한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글을 읽었습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해 노트에 베껴 적습니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듯 여겨집니다.

 

이 책 <결핍으로 달콤하게>는 에밀리 디킨슨이 학창 시절 친구, 문학 비평가, 연인 등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서간집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따로 일기를 쓰지 않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수록했습니다. 덕분에 서간집 <결핍으로 달콤하게>는 어떤 면에서는 에밀리 디킨슨의 자서전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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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스와 돈독한 우정을 나눈 홀랜드 부인(Elizabeth Chapin Holland, 1823-1896)에게는 20대 때부터 90통 이상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내면의 영적 갈등 같은 진지한 고민도 털어놓습니다.

 

 

1870년 가을에 홀랜드 부인에게 쓴 편지에서 에밀리 디킨스는 인생에 관한 짧은 글을 남깁니다.  

 

인생은 가장 뛰어난 비밀이죠. 그 비밀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모두 속삭여야만 해요. (p.176)


 

《스프링필드 리퍼블리컨》이라는 신문사 편집장인 새뮤얼 볼스(Samuel Bowles, 1826-1878)는 에밀리 디킨스가 동경하는 인물로 디킨슨이 시를 써 나가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둘은 평생에 걸쳐 교류했으며 디킨슨은 볼스에게 50여 통의 편지를 전합니다. 

 

저를 믿어 주세요. 당신께서 살아서 우리 곁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여름보다도 더 반갑다는 걸. 아래층에서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그 어떤 새가 들려주는 소식보다 더 기쁘다는 걸. (p.141) 

 

1862년 11월 '벗에게'라는 부르는 말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볼스에 대한 반가움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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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편지에는 시가 여러 편 수록돼 있습니다. 새뮤얼 볼스에게 쓴 편지에 수록된 시의 한 구절입니다. 

 

굶주린 이들에게는, 경건하게 말하세요. / 당신의 진수성찬에 관해, 그리고 와인에 관해! // 포획된 이들에게는 조심스러운 암시만 하세요. / 당신이 자유인이 되었다는 걸! (p.125)

 

(원문) Reverently, to the Hungry / Of your viands, and your wines! // Cautious, hint to any Captive / You have passed enfranchised feet! 

 

 

애머스트 동갑내기 친구 수전 길버트(Susan Gilbert, 1830-1913)는 디킨슨의 오빠와 결혼하면서 시인과 자매처럼 지낸 평생의 벗입니다. 친구이자 가족으로 에밀리 디킨슨은 수전에게 늘 따뜻한 안부와 애틋한 사랑을 전합니다. 수전은 디킨슨의 시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생전에 디킨슨으로부터 250여 편의 시를 받아보았습니다. 

 

수에게.. / 사랑하는 이들은.. 죽을 수 없어.. / 사랑은 불멸하니까.. / 아니.. 사랑은 신성하니까.. (p100) 

 

1865년 봄, 수전에게 보낸 시 「사랑은 불멸하니까」입니다. 애머스트에 살고 있던 수전의 큰 언니 해리엇의 죽음 직후 쓰인 편지라는 각주가 붙어있습니다. 

 

<결핍으로 달콤하게>는 오래도록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입니다.  

 

"눈을 감는 일은 여행과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입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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