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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존 맥스웰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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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스웰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읽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존 맥스웰 쿳시(John Maxwell Coetzee, 1940-)의 1983년 작품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The Life and Times of Michael K>입니다. J.M. 쿳시는 사상 처음 부커상을 2회 수상하고 200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J.M. 쿳시의 출신 배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J.M. 쿳시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이 자행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백인 아프리카너(Afrikaner)입니다. 이말은 그가 유색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은 소수 백인식민주의자 집단에 속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칸스어가 아닌 영어로 교육을 받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념에 반하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J.M. 쿳시의 작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식민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기게 됩니다. 

 

이 소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에도 그러한 상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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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주인공 마이클 K는 구순열에 유색인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소설은 마이클 K가 태어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가 어머니에게서 세상으로 나오도록 도와주던 산파가 마이클 K에 대해 알게 된 첫번째 사실은 그가 구순열이라는 것이었다... 산파가 산모에게 말했다. "기뻐하세요. 이런 아이들은 집안에 행운을 가져다 주니까요." _본문 가운데 

 

산파의 축복의 말은 마이클 K의 어머니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결코 의미없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K의 삶은 그가 살아낸 시대에 분명 행운과도 같은 역할을 해내니까요.

 

마이클 K는 케이프타운 시청의 정원사로 일하던 중 해고를 당하고 건강이 악화된 노모를 모시고 어머니의 고향인 카루의 시골 농장으로 떠납니다. 이 여정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이클 K는 내전에 휘말려 강제수용소로 보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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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K의 삶과 시대>에서 보여지는 마이클 K의 삶은 마치 수행자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극심한 감정의 동요도 없고, 희망이나 즐거움을 기대하지 않으며, 별다른 절망이나 좌절도 하지 않은 채 음식도 거의 먹지 않고 말수도 없습니다. 어떠한 체제나 이념에도 예속되기를 거부하는 마이클 K는 스스로 자유주의를 살아냅니다.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가 말하는 초월자로서의 아웃사이더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동정의 대상이 되었구나. 그는 생각했다. 내가 어디를 가든, 그들 나름으로 동정을 행사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마음을 열고 우리에 갇혀 살던 삶에 대해 얘기해 주기를 바란다. _본문 가운데 

 

마이클 K는 동정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그들 체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간파합니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정을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과 그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의 시각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발견합니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또 반대로 개인의 삶이 한 시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24.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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