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매컬러스의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을 읽고
미국의 소설가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의 단편 소설집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The Haunted Boy>입니다. 책에는 표제작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외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카슨 매컬러스는 조지아주 출신으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미국 남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고립을 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표제작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은 10대 소년의 성장소설입니다.
곧 열여섯이 되는 소년 휴는 어머니의 자살 시도를 목격한 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크기에 상응하는 적대감, 상실감, 분노,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가장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강렬한 미움은 흔한 감정선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휴는 집에 어머니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두려움은 휴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에 투영되어 집안 풍경은 온통 눈에 거슬리기만 합니다.
휴의 마음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두려움 때문에 아래층 탁자, 위층 소파가 매일 보던 낯익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부서진 것처럼 눈에 거슬렸다. _「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가운데
휴는 그때 본 충격적인 장면, 그 사건을 '그때 그 시간'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일컫습니다. 10대의 어린 소년에게 어머니의 사고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때 그 시간'처럼 잔인할 정도로 불안해진 마음은 도저히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계속되었던가? _「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가운데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은 휴의 아버지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곧 열여섯이 되는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위로와 함께 그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준 데 대해 대견하다는 말을 해줍니다. "너한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훌륭했어. 정말로 훌륭했다." 아마도 어른으로부터 들은 이 말은 휴에게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어떠한 승인과도 같은 역할을 했을 겁니다.
휴는 뭔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공포는 사라지고 없었다. 또한 사랑과 대립하던 분노, 불안, 죄책감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이 아니기에, _「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가운데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인정해 주는 아버지의 말에 휴는 마침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분노의 양가감정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게 됩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은 무엇이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가를 넌지시 일러주는 작품입니다.
2024.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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