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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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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고 


35명의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타니아 슐리(Tania Schlie, 1961-)의 책 <글쓰는 여자의 공간 Wo Frauen Ihre Bucher Schreiben>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이 많고 인용문이 많아 책장이 잘 넘어갈 줄 알았는데 위대한 작가들의 의미심장한 말들이 독서 속도를 늦춥니다. 

 

타니아 슐리는 프롤로그 「시작하며」에서 책에 수록된 35명의 작가를 선정한 과정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이 책에는 18세기 작가부터 현재 활동 중인 작가까지 시대를 초월한 여성 작가들이 나옵니다. 몰랐던 작가들, 그리도 몰랐던 뒷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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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작품 해석을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작가의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 소개한 작가들에 대해 호기심이나 못마땅한 구석이 생기거나, 그들에게 뭔가를 묻고 싶어지거나, 다시 한번 그들의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나로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_프롤로그 「시작하며」 가운데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름을 수첩에 메모합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그들의 책이 있는지도 검색해 보고요. 작가의 삶을 알고 나면 그의 작품이 궁금하고,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작가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타니아 슐리의 바람대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35명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싶어질 것입니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를 고르라면 단연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를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카슨은 미국 남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영적 고립을 다룬 작품들을 주로 썼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창조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덕분에 나의 외로움은 늘 누그러진다." _Carson McCullers

 

미국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부 출신 여성 작가, 그에게 '외로움'이라는 정서는 당연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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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당대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지식인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도 <글쓰는 여자의 공간> 중간쯤에 수록돼 있습니다.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차별받는 여성의 삶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던 그는 일생 동안 일체의 가정사를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가사야말로 여자들의 자유와 삶, 글쓰기를 방해하는 덫 (p.181)"이라고 여겼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도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계약결혼의 형태로 평생 연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글쓰는 여자의 공간>에는 좋은 작가들, 간직하고 싶은 어록들이 넘쳐납니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_Toni Morrison

 

"작가란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_Susan Sontag

 

"최고의 복수는 글을 잘 쓰는 것이다." _Dorothy Parker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1893-1967)의 말이 지금 제게 특히 와닿습니다. 얼마 전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에 관한 차인표 작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복수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역사는 글 쓰는 자들의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증언문학들이 세계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말이죠.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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