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그리스도인의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을 읽고
1930년경 익명으로 쓰인 기독교 고전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The Kneeling Christian>입니다. 종교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저서로 여러 번 재판되었으며 수많은 다른 작품으로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익명이라고는 하지만 그 '무명의 그리스도인'은 앨버트 어니스트 리처드슨(Albert Ernest Richardson, 1868년경 출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897년 성공회 목사 안수를 받은 뒤 1898년 아프리카 선교사로 파송됩니다. 이후 영국과 해외에서 선교와 전도 사역에 일생을 바칩니다.
제목만 봐도 그리스도인의 가장 중요한 소명이자 사역은 기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소홀하기 쉽고 또 올바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역시 기도이기도 합니다.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에서는 기도를 '하나님의 임재의 실제'라고 정의합니다. 기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환상을 볼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보는 것! 로렌스(Lawrence) 형제는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지각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_본문 가운데
가끔 전심을 다해 기도하는 사람 곁에는 가볍지 않은 어떤 에너지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 옆에서는 목소리도 낮추고ㅡ혹은 입을 다물고ㅡ 발걸음도 조심하게 됩니다.
나의 일생은 내가 날마다 그리고 시간마다 기도해서 응답받은 것들을 하나로 길게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_본문 가운데 메리 슬레서의 말
본문 가운데 스코틀랜드 에버딘 출신의 아프리카 선교사 메리 슬레서(Mary Slessor, 1848-1915)의 기도에 대한 답변을 인용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일생이 기도의 기록이라는. 멋지고 부러운 삶입니다.
어느 책에서 작가는 늘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글을 씀으로써 그 시간에 작품에 관한 영감을 선물처럼 받게 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기도의 응답 역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리추얼(Ritual)은 결국 무엇인가를 선물로 받을만한 그릇을 빗는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도를 리추얼로 삼은 인생은 메리 슬레서처럼 인생이 기도의 연속이 되는 근사한 개인력을 갖게 되겠지요.
2024.9. 씀.
'[책] 소설 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을 읽고 (6) | 2024.09.08 |
---|---|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2) | 2024.09.07 |
레프 톨스토이의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를 읽고 (2) | 2024.09.05 |
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고 (6) | 2024.09.04 |
헬무트 틸리케의 「신과 악마 사이」를 읽고 (4) | 2024.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