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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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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을 읽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바로 그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어느 개의 죽음 Sur la mort d'un chien>으로 1957년 출간된 작품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1898-1971)로 그는 <섬>이라는 작품 속에서도 고양이 물루 이야기를 통해 반려동물에 관한 단상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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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그래서 개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앞뒤가 안 맞는 욕구에 사로잡혀 곧바로 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나는 어느 정도는 내 개의 하인이었다. _#4 본문 가운데

 

<어느 개의 죽음>은 장 그르니에가 반려견 타이오가 죽은 이후 며칠간 써내려간 99개의 짧은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제게도 이 책의 내용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반려인이라면 대체로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정서들이 에피소드 곳곳에 보입니다.

 

그들 앞에서 몹쓸 애교를 보이기도 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자꾸만 해주고 싶습니다. 순수하고 전적인 반려동물의 사랑 앞에 인간은 그야말로 자발적인 '하인'이 되고 맙니다.  

 

이 세상에 더는 없는 존재가 그리울 때 글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 그르니에 역시 타이오를 보낸 후 이 글을 썼습니다. 이러한 개연성에 대해 장 그르니에는 그들을 다시 한번 살게 해 주고 싶어서일까..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장 그르니에의 그 생각 덕분에 <어느 개의 죽음>은 타이오의 죽음을 넘어 당신의 개의 죽음, 그리고 어느 개의 죽음까지 다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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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가 죽여 달라고 했던가? 아니다. 타이오는 살고 싶어 했다. 우리가 자기를 더 살게 해 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우리가 무슨 권리로 죽음을 안겼단 말인가. _#34 본문 가운데

 

타이오는 안락사로 세상을 떠납니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안락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그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결국 선택을 그들이 하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은 그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겁니다.

 

이별은 거의, 대체로, 슬픕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주인만을 의지하고 살았던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죄책감이 이별의 감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듯합니다.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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