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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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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 1951-2022)의 <흰옷을 입은 여인 La Dame Blanche>입니다. 보뱅의 단아하고 우아한 문체에 반해 여러 작품을 읽었지만 이 책은 특히 아름답고 애틋함마저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886)을 향한 보뱅의 팬심이 담긴 헌사이기 때문이겠지요. 

 

보뱅은 에밀리 디킨슨과 관련된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이 글을 완성합니다. 덕분에 <흰옷을 입은 여인>은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시적 전기물이라고 할 만큼 그에 관한 구체적인 사건들과 일화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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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알아야겠지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에서 태어난 에밀리 디킨슨은 일생동안 약 2000편에 달하는 시를 썼으며 주제는 사랑, 죽음, 이별, 영혼, 천국 등입니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며 은거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전에는 겨우 4편의 시만이 소개되었으며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진 못했습니다.

 

에밀리의 머리엔 살아생전 천재의 면류관이 씌워지지 않는다. 그녀의 글들은 모두 그녀의 가시 면류관과 함께 머리맡 탁자 서랍 깊숙이 묻혀 있었다. _본문 가운데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널리 알려진 것은 사후 여동생 라비니아 노크로스 디킨슨(Lavinia Nocross Dickinson)이 에밀리의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한 뒤부터입니다. 

 

 

무無와 사랑은 끔찍한 한 족속이다. 우리의 영혼은 그 둘이 오리무중의 드잡이를 벌이는 장소다. _본문 가운데 

 

에밀리 디킨슨과 크리스티앙 보뱅의 글은, 그리고 삶은 당연히 닮았습니다. 예술가에게 뮤즈란 인식하지 못했지만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 앞에 거의 나서지 않고 은거하며 글을 쓴 보뱅을 가장 잘 이해해 준 사람이 바로 에밀리 디킨슨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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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불행을 자기 집으로 삼는다. 오히려 존재하지 않기에 더 한층 생생하게 존재하는 그런 집 한복판에서 에밀리는 유년기를 보낸다. _본문 가운데

 

'자신의 불행을 자기 집으로 삼는다', 이런 표현을 보면 감탄사 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감동합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실존에 대해 보뱅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철학자 위에 시인, 반론 없는 정설인 듯합니다. 

 

 

에밀리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안다. 우린 한 줌의 사람들밖에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이 한 줌의 사람들 역시, 죽음의 무구한 숨결이 불어오면 민들레 깃털처럼 흩어지리라는 것. 그것 말고도 글은 부활의 천사임을 안다. _본문 가운데

 

생전에 주목받지 못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이후 새뮤얼 바버, 엘리엇 카터, 존 애덤스, 에런 코플런드 같은 이름난 작곡가들의 성악곡으로 작곡하는 데 사용합니다. 고독 속에 조용히 시를 쓰던 에밀리 디킨슨은 쉰다섯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역자는 '같은 세계를 향해 조율된 두 영혼의 만남'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 <흰옷을 입은 여인>을 소개합니다. 에밀리와 보뱅의 만남의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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