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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헨리 제임스(Henry James)의 「나사의 회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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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Henry James)의 「나사의 회전」을 읽고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이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라는 버킷리스트에서 언급한 작가, 근대 문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의 책을 골랐습니다. 제목은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1898년 출간된 공포소설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데 뛰어난 헨리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이러한 특기를 한껏 발휘합니다.  

 

<나사의 회전>은 액자 구조로 서문에서 '외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불 주위에 몇 명이 모여 있고, 이들 중 더글러스가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유령이야기 원고를 읽습니다. 

 

"내가 알기로 어린아이와 관련된 감칠 듯한 이야기치고 그게 처음 일어난 건 아닐 거예요. 만일 어린아이 하나가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낸다면, 어린아이가 둘일 경우 어떻게 되겠어요?" / "그야 물론, 두 번 죄는 거죠! 우린 그 이야기도 듣고 싶소이다." _서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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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더글러스의 이야기는 '내부 이야기'로 그 다음장부터 본격 펼쳐집니다. 

 

'내부 이야기'에서는 영국의 시골 저택에서 두 아이ㅡ오빠 마일스와 여동생 플로라ㅡ를 돌보는 가정교사가 일인칭 서술자로 등장합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가정교사는 그 집에서 유령을 보게 되고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며 일어나는 일들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어떤 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고,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고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자연에서 나온 것도, 외부에서 들려온 것도 아닌 단지 나의 내부에서 울려온 소리였다. _본문 가운데 

 

가정교사의 서술에는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유령이 정말 있는 것인지, 아이들이 유령을 알고 있는 것인지, 가정교사가 혹시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게 아닌지, 가정교사 자신이 유령은 아닌지, 그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어 흥미롭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복선이 <나사의 회전> 곳곳에 나타나고 있지만 그조차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수수께끼는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내 소유도, 우리 소유도 아니에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소유랍니다!" / "퀸트와 그 여자 말인가요?" / "그렇죠. 아이들이 그들에게 접근하려고 하거든요." / "하지만 무엇 때문이죠?" / "과거 끔찍한 날들 동안 두 유령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모든 악행에 이끌렸기 때문이죠." _본문 가운데 

 

그로스 부인과 가정교사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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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가 마일스와 나눈 대화를 보면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납니다. 

 

"너와 상대하는 걸 신경 쓰느냐고? 네 동무로서 모든 권리를 포기했더라도ㅡ넌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으니까ㅡ난 적어도 그걸 무척이나 즐기고 있는 걸.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내가 계속 머물러 있겠니?" / "선생님은 단지 그 때문에 머물러 계신 거예요?" / "그건 사실이야. 난 네 친구로서 계속 머물러 있으니까" _본문 가운데 

 

읽는 내내 다음 페이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얼른얼른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개인적으로 '아!' 하는 저만의 해석에 다다르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결론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사의 회전>은 섬세한 심리 묘사와 여러 가능성으로 열린 서사 구조로 이후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 또는 재구성됩니다.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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