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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주기율표 Il sistema periodico」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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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주기율표 Il sistema periodico」를 읽고


증언 문학을 대표하는 아우슈비츠 생환 화학자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의 자전적 소설 <주기율표 Il sistema periodico>입니다. 주기율표 상의 원소 하나하나에서 이야기를 연상해 나가는 방식으로 쓰였으며 전체 스물한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은 별다른 연계성이 없는 유년시절 추억, 가족사, 반유대주의, 화학자로서의 삶, 전쟁과 수감, 반파시즘 운동 등 다양합니다. 

 

자서전을 남기지않은 프리모 레비의 개인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회고록이자 참혹한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명상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는 <주기율표>에 대해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재능 있는 작가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입문서!'라는 추천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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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엄격해진다는 것을, 그러므로 그 열매를 누리고 싶은 사람은 너무 오래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_「주석 STAGNO」 가운데

 

인생에서 큰 결단이 필요한 순간, 모험을 결심해야할 순간이 있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경험을 「주석 STAGNO」편에 언급하며 실수할 자격, 실수의 열매라는 개념으로 확장해내고 있습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기회를 잡으면 좇아라. 때가 닥치면, 이런저런 점을 치는 것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길을 가면서 배울 수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쓸모없고, 중요한 것은 직접 맞붙는 것이다. _「아연 ZINCO」 가운데

 

공감합니다. 인생은 책이 아닌 길에서 배울 수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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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같은 것, 실질적으로 같은 것, 유사한 것, '혹은'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 대용품, 미봉책은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아주 작을지 몰라도 결과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 마치 철로의 선로변환기처럼 말이다. _「칼륨 POTASSIO」 가운데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칼륨 POTASSIO」편에 화학자의 일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순수한 원소는 그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것'과는 전적으로 다릅니다. 대충, 적당히, 눈가림 식의 행동은 훗날 전혀 다른 결과물로 돌아옵니다. 성실성은 어떠한 직업에서도 기본이 되는 요건입니다.


무지가 우리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로프가 낡아 끊어져가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는 채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등산을 계속하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렸다. 불과 몇 주 사이 우리들 모두 지금까지 살아온 20여 년 동안 성숙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해졌다. (...) 불안정하지만 너무나 자유로운 자신의 생활로, 영원히 이어질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는 그 정체불명의 죄수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_「금 ORO」 가운데

 

「금 ORO」에서는 반파시즘 운동을 하다 체포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도 사람들은 '설마.. 에이..'라는 마음으로 일상을 이어갑니다. 전쟁이 발발한 것을 알고 난 후, 프리모 레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불과 몇 주 사이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성숙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해집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곧 출소할 일반인 죄수가 얻게 될 자유를 가슴 조이도록 부러워하는 프리모 레비의 말이 그의 이후 고난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 큰 안타까움과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불안정하지만 너무나 자유로운 생활, 평화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이네요.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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