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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조반니 테시오(Giovanni Tesio)의 「프리모 레비의 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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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테시오(Giovanni Tesio)의 「프리모 레비의 말」을 읽고


이탈리아의 문학비평가 조반니 테시오(Giovanni Tesio)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에게 자서전 집필을 제안하며 시작된 인터뷰를 엮은 책 <프리모 레비의 말>입니다. 1987년 1월과 2월에 걸친 세 차례의 인터뷰를 기록한 것인데 네 번째 인터뷰를 앞두고 프리모 레비가 사망하면서 자서전 프로젝트도 중단됩니다.

 

1975년 발표한 소설 <주기율표>에 자전적 내용이 많이 포함돼있긴 하지만 프리모 레비의 '명백한 자서전'은 그래서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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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프리모 레비를 대면한 조반니 테시오가 그의 인상을 묘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프리모 레비의 작품들을 읽으며 막연히 그려본 그의 성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레비는 절도와 분별력이 있고 겸손했으며 아주 친절했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꼼꼼한 지식과 선명한 기억에 매료되었다. 또한 환대의 태도와 정확하고 간결하지만 적잖은 우울이 스며든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도 매력적이었다. _서문 가운데 

 

특히 '적잖은 우울이 스며든 언어'라는 표현이 제가 상상한 프리모 레비의 모습과 거의 일치합니다. 

 

 

"저는 내성적인 남자로 살았습니다. 그런 삶이 제게는 무시무시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_본문 가운데 


어렸을 적부터 체구가 작고 내성적인 프리모 레비는 스스로를 '매우 성장이 늦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제일 연약했고 제일 작았던 그는 체육 시간에 맨 앞줄에 섰던 굴욕적인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조용히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외향적인 10대 또래 친구들과 다른 성향, 그러한 삶이 무시무시하게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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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테시오는 인터뷰에서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느냐고 직접적으로 묻습니다. 이때 레비는 "자서전을 쓴다는 게 제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일 겁니다."라고 답합니다. 아우슈비츠 생환 작가로서 그가 소설 속에 자전적 요소로 녹여낸 자서전이 아닌 '명백한 자서전'을 쓴다는 것,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이 자서전을 쓰기 위해 34년을 뭉그적거리고 있다고 했을 만큼 자서전 쓰기의 어려움은 보통의 작가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프리모 레비의 말>에는 그의 부모, 가족, 어린시절, 수용소 이전, 수용소 이후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그가 다른 작품들에서 다루었으니 대면 인터뷰에서는 제외한 듯합니다. 프리모 레비에 대한 배려였겠지요. 이 책이 어느 정도는 자서전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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