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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의 「축복받은 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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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Jhumpa Lahiri)의 「축복받은 집」을 읽고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1967)의 단편 소설집 <축복받은 집>입니다. 1999년 발표한 작품으로 표제작인 「축복받은 집」을 포함해 「질병 통역사」,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등 전체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원서 제목으로는  Interpreter of Maladies(질병 통역사)가 사용되었고 한국어 번역본은 축복받은 집이 책 제목으로 선정됐네요. 라히리의 데뷔작인 이 작품집은 출간 이듬해인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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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내가 있었다. 적절히 높은 카스트 출신에다 곧 석사 학위를 받게 될 아내가 말이다. 그러니 사랑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_「축복받은 집」 가운데

 

주인공 산지브는 결혼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성공한 남자입니다. 이제는 그 '조건'을 더욱 완벽하게 채워줄 아내만 있으면 됩니다. 자신에게 걸맞은 여성을 찾았고,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사랑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가치입니다. 왜냐하면 '조건'만 맞으면, 사랑은, 하면 되니까요.   

 

 

말이 잘 안 통했다. 알게 된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가 결혼한 여자, 지금 인생을 함께하는 여자가 말이 잘 안 통하는 것이었다. 산지브는 후회의 감정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_「축복받은 집」 가운데  

 

산지브는 아내 트윙클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든든한 재력, 근사한 직장, 축복받은 집, 모든 게 세팅되었는데 아내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후회가 밀려옵니다. 잘 어울리는 상대와 결혼하는 일은 더 없는 축복입니다. 그러나 어울림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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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로 그 그리스도 상이 싫었다. 그 장엄함이 싫었고, 흠 없고 윤이 나는 표면이 싫었고, 부인할 수 없는 그 가치가 싫었다... 무엇보다도 트윙클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싫었다. _「축복받은 집」 가운데 

 

신혼집 곳곳에서 기독교 성물이 발견됩니다. 아마도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두고 간 듯한데 트윙클은 종교를 떠나 성물들로 집안을 장식하고 싶어합니다. 힌두교도인 산지브ㅡ트윙클도 마찬가지ㅡ는 종교적인 이유로 트윙클의 이런 행동에 사사건건 반대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냥, 트윙클이 좋아하니까, 싫은 겁니다.

 

이제 갓 결혼한, 만난 지는 4개월 밖에 안 된 신혼부부, 겉보기엔 그야말로 「축복받은 집」에 사는 그들에게 대체 무엇이 빠진걸까요.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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