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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 Danube」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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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 Danube」를 읽고


20여 년 전부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 1939-)의 대표작 <다뉴브 Danube>입니다. 2860km의 다뉴브 강을 4년간 여행하며 민족, 문학, 관습, 역사를 살펴보고 인간의 삶까지 성찰해 낸 이 작품은 1986년 발표 직후 '에세이 문학의 걸작'으로 칭송되며 세계적인 문학상을 석권합니다. 

 

표제로 사용된 <다뉴브>는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강입니다. 이 강에 얽힌 모든 서사, 마그리스의 말에 따르면 "사라져 가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수집"한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며 일종의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라고 칭합니다. 두툼한 책이지만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유려한 문체로 써 내려간 깊이 있는 사색과 다양한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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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현상들은 세상과 정신의 지평선에 나타나는 것일까? _본문 가운데

 

마그리스는 이 근원적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뉴브>를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끝없는 심연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현실과 사물들의 본성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아마데오의 보고서에 대한 의견입니다. 현실과 사물의 본성, 발원지를 찾는 일, '시작점'에 모든 문제의 답이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순수혈통을 고수하는 전설의 지킴이 라인 강과 달리, 다뉴브 강은 여러 민족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기나긴 강이다. _본문 가운데

 

<다뉴브>를 읽으면서 구글맵과 구글을 수시로 돌립니다. 언급되는 도시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그들의 역사를 배우고, 낯선 문학 작가와 작품들에 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유럽 중북부 지역을 흐르는 라인 강(Rhine)과 다뉴브 강(Danube)을 '순수혈통'과 '다민족'으로 구분하는 시각에서 서유럽과 동유럽의 이미지가 오버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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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실재를 지우며 지나갔을 때 실재를 사유한다는 것은 믿음의 행위가 된다... 실재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으면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_본문 가운데 

 

2부에서 다루는 에피소드 가운데 「울름을 믿다」에서는 독일 서남부 도시 울름(Ulm)을 통해 '실재'에 대해 사유하고 있습니다. 울름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ㅡ부족한 정보이지만ㅡ 구글링 해봅니다. 

 

 

<다뉴브> 강이 슬로바키아를 지나가는 동안에는 이름도 낯선 근대 시인 노보메스키의 시가 등장합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인 듯합니다.

 

여전히 배냇옷을 입은 이 시 / 세상의 얼굴을 바꾸지는 못했으니. _노보메스키 作

 

목차를 보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책을 순서대로 읽다가 잠깐씩 앞 페이지로 돌아와 몇몇 이야기는 미리 골라ㅡ티미쇼아라, 부다페스트의 아이스크림, 신과 팬케이크...ㅡ 읽습니다. 외형만 보고 좋다고 여긴 도시들이 품은 역사와 사연을 들어볼 수 있어 머나먼 아시아에 사는 한 독자는 그저 영광입니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세련됨과 위품을 갖추고 있어, 이곳이 한 나라의 수도라는 물리적 느낌을 준다. _본문 가운데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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