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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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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고


현대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고전 서평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 <왜 고전을 읽는가 Why Read the Classics?>입니다. 고대 작가 호메로스, 오비디우스부터 스탕달, 발자크, 보르헤스 같은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서른여섯 편의 글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서론에서 '왜 고전을 읽는가'에 대해 열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칼비노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유롭게 읽는 그때에야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책을 발견할 수 있다._서문 가운데" 나만의 책, 멘토가 되어주고 뮤즈가 되어주는 책, 그 전제가 되는 '자유로운 독서'라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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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 #12. 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_서문 가운데

 

이탈로 칼비노가 설명하는 고전의 열네가지 요건을 읽다 보면 역시 가장 대표적인 고전, 《성서》가 떠오릅니다. 고전의 계보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루크레티우스, 루키아누스, 몽테뉴, 콜리지, 러스킨, 말로, 에라스무스, 케베도, 프루스트, 발레리 등을 언급하는데 처음 듣는 이름도 있네요. 고전의 '계보와 지위'를, 그것도 쉽게 알아차릴 수준이 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바로 이 작품에 빠져들어서, 이것이 자기가 항상 읽고 싶어 했던 소설임을, 또한 앞으로 읽을 다른 소설의 이정표가 될 것임을 인지하면서, 이것이 최고의 소설이라는 점을 알아보게 되는... _「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의 새로운 독자들을 위하여」 가운데

 

분명,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었는데, 그것도 꽤 최근에, 그러나 저는 왜 이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역시 대문호의 시선과 저 같은 범인의 시선은 차원이 같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다시 책장에서 「파르마의 수도원」을 꺼내 첫 페이지를 읽어보지만... 저는 아직 그 '눈'을 갖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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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장은 투명하다 할 정도로 명확하며, 장식이 없으며,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시적이면서도 짧은 문체가 다양한 리듬, 문장의 운동감,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형용사들을 사용함으로써...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운데

 

어릴 적 친구를 통해 접한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단편으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처음 알았습니다. 이후 그의 몇몇 작품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직접 겪은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그의 문장에 대해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형용사' 같은 찬탄을 남기고 있습니다. 

 

「레몽 크노의 철학」 편에서는 프랑스의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창설자인 레몽 크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크노에 대해 '그는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끝없는 욕구를 놀이의 유희와 결합'시킨 특별한 작가로 소개합니다. 크노는 25년 간 백과사전 편찬자로 일했습니다. 그의 직업이 크노의 작품활동에 거의 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레몽 크노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네요. 

 

이탈로 칼비노가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추천하는 작가와 작품들은 다 메모해 둡니다. 언젠가는, 다(!?) 읽어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칼비노가 쓴 독서기와 제 독후감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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