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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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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읽고 


1982년 출간된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의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입니다. 이전에 발표한 저자의 작품들이 대체로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작품은 유대인 공동체, '집단'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출간된 그해 캄피엘로 상과 비아레조 상을 수상하며 큰 호응을 얻습니다. 

 

소설은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와 대항해 싸우는 러시아와 폴란드계 유대인들의 유격전,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땅을 찾아 러시아에서 유럽을 거쳐 이탈리아에까지 이르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 유대인들은 게토나 수용소를 탈출한 이들로 자발적으로 유격대(게달리스트)에 합류합니다. 유격대원들은 독일군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길을 찾기 위해, 궁극에는 인간의 존엄을 찾기 위해 싸우는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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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골마을에서 시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포병 멘델이 모스크바 출신 낙하산병 레오니드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들은 게달레가 지휘하는 유격부대에 합류해 다양한 부대원들을 만나고 모험을 함께 해나갑니다. 

 

레오니드는 어떤 곳으로도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고 싶은 곳이 어딘지 몰랐다. 멘델의 제안이나 결정에 미묘하게 소극적으로 저항했다. 시계에 낀 먼지 같다고 멘델은 속으로 생각했다. 젊은데도 먼지가 낀 게 분명했다. 젊은이들이 강하다는 것은 어리석은 말이다. _본문 가운데 

 

반항적이고 고집스러운면이 있는 레오니드가 멘델은 못마땅합니다.  

 

 

내리막길 중간쯤에 검문소가 있었다. "어떻게 하죠?" "서지 마! 속도를 더 내!" 기관총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은 계속 제 갈 길로 달렸다. 게달레가 웃으면서 외쳤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_본문 가운데 

 

게달레가 외치는 말은 작자미상의 노래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형제들이여, 묘지가 된 유럽을 떠나라. 약속의 땅을 향해 함께 배를 타자. 다른 인간들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갈 곳을 향해.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묘지가 된 유럽, 유럽인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분노와 설움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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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갑니다." 게달레가 대답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독일군과 싸우고 싶소. 그러고 나면 떠나려고 하오. 우리는 팔레스타인으로 가고 싶소. 유럽에는 우리 자리가 없어요. _본문 가운데 

 

본문에서는 유대인 유격대원들의 입을 통해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왜 아직 살아 있는 것인가? 왜 투쟁하는 것인가? 어떤 집을 위해, 어떤 조국을 위해, 어떤 미래를 위해?' 수없이 질문하며 지금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이어나갑니다.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 유격대는 난민 접수창구에서도 달랐습니다. 차림새가 지저분하고 지쳐있었지만 꼿꼿했으며 눈빛과 말하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우린 DP(displaced person: 난민, 유랑인)가 아니에요." "조국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조국을 건설할 거예요. 우린 유격대원이에요.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 거고요." _본문 가운데 

 

전쟁 이후의 미래는 희망이 있을까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프에게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에데크의 암울한 예견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프리모 레비가 1963년 발표한 소설 <휴전 La tregua>에서 암시된 메시지와도 같습니다.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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