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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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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를 읽고


20세기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단편집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가 마흔이 되어서야 집필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이전에 프루스트의 글ㅡ그리 길지 않길 바라는ㅡ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책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에는 프루스트가 쓴 수필, 편지, 비평, 서문, 인터뷰 등 다양한 짧은(!) 글 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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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는 1907년 《피가로》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이전에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 섬세하고 진중하며 자애롭기까지 한 지인, 앙리 반 블라랭베르주의 부고를 신문 기사로 접한 뒤 써내려간 글입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했습니다. 

 

가당치 않은 일이다! 조금 전만 해도 삶을 지배하고 죽음을 지배하고 우리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영혼이 이제는 삶에 의해, 죽음에 의해 지배를 받고, 그렇게 빨리 빈껍데기가 된 것 앞에서... 위에서 공개한 편지를 썼던 그토록 고귀하고, 현명했던 남자가 이제는....? _「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 가운데

 

그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공개하며 충격적인 이 사건을 이해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근심을 안김으로써, 걱정으로 가득한 애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매일매일 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나이 들게 하고, 걸국은 그들을 살해한다. _「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 가운데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이가 한 순간에 몰락하는, 블라렝베르주가 자신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는 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며 그들을 조금씩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은유적인 살해'까지 생각을 이어갑니다.  

 

자애로운 내용의 '편지'와 끔찍한 내용의 '신문 기사', 모두 블라렝베르주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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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에 의한 프루스트」라는 설문 형식의 글도 흥미롭습니다. 스무 살 무렵 프루스트가 개인적인 질문에 짤막하게 답변한 글인데 나이에 맞게 풋풋한 느낌이 있습니다. 

 

내 성격의 주요 특징: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큼. 구체적으로 말하면 누군가가 나를 애지중지해 주고 응석을 받아줬으면 하는 욕구가 존경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구보다 더 큼. / 되고자 하는 것: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나한테 바라는 나. _「프루스트에 의한 프루스트」 가운데

 

그 외에도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사랑하기, 그리고 친구들이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프루스트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게 설문에서도 느껴집니다. 

 

전체 열여덟편의 글이 수록돼 있는데 프루스트 박물관을 돌아보듯 모든 이야기가 다채롭고 흥미롭습니다. 1913년 《르 탕》과의 인터뷰에서 "예술가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또 다른 우주를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라고 말한 프루스트의 신념처럼 21세기인 지금에도 그의 작품은 또 다른 우주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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