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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토마스 만(Thomas Mann) 단편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11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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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Thomas Mann) 단편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11편」을 읽고


20세기 독일의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의 단편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11편>입니다. 토마스 만의 대표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12)」, 「토니오 크뢰거(1903)」, 「키 작은 프리데만 씨(1898)」를 비롯한 총 12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엮었습니다. 

 

토마스 만은 1929년 노벨 문학상, 1949년 괴테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섭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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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척 오래 깊이 자. 늘 미치도록 피곤하거든. 지난 몇 년 동안 난 수천 번도 넘게 죽음과 대면해 왔어. 그런데도 죽지 않았어. 무언가 날 붙잡아 주는 게 있어. (...) 파올로는 죽었다. 결혼식 다음 날 아침에. 그가 그토록 오래 죽음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의지, 즉 행복에의 의지 때문이 아니었던가? 행복에의 의지가 충족되자, 더는 살아야 할 구실이 없었던 것이다. _「행복에의 의지」 가운데 

 

스트레스를 견디며 출근을 하는 직장인, 휴일 없이 일하는 사업가, 그러니까 모든 인간은 '행복에의 의지'를 갖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기대하던 그날을 맞이하기도 하고 혹자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영원히 의지를 불태우다 끝이 나기도 합니다. 그것을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말이죠.

 

「행복에의 의지」 속 주인공 파올로의 삶을 보면 전자와 후자 모두 덧없다ㅡ혹은 좋다ㅡ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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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선생은 환멸이라는 놈이 뭔지 아시오? 그가 나지막하지만 절박하게 물었다.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으면서. ㅡ우리 삶이 마련해 놓은 거대하고 일반적인 환멸 말이오. 선생은 분명 모를 거요. 하지만 나는 청소년기부터 환멸이라는 놈과 함께 살았고, 그놈은 나를 외롭고 불행하고 약간 괴팍한 인간으로 만들었소. _「환멸」 가운데 

 

국어사전에서 환멸을 검색하면 '꿈이나 기대나 환상이 깨어짐 또는 그때 느끼는 괴롭고도 속절없는 마음'이라는 정의가 나옵니다. 이어서 속절없다를 검색해 보니 '단념할 수밖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라고 나오네요. 정리하면 철저하게 희망이 없고 무력한 상태, 그것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노인의 괴팍함은 한편으로는 깨달음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존은 파고들수록 환멸이 짙어지니까요.

 

절박하게 묻는 노인의 모습에서 분투하며 살아가는, 그러나 늘 이웃 속에서 위로받으며 살아가는 우리가 보입니다.


2024.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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