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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송」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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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송」을 읽고


20세기 위대한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가 남긴 세 편의 장편소설 중 하나인 <소송 Der Prozess>입니다. <심판>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 작품인데 카프카 사후 1927년에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에 의해 출간되었습니다.

 

오래전 <심판>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책을 들고 졸기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 프롤로그에 수록된 해설편 소개문에도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면서 어떤 문장도 그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_아도르노의 「카프카 소묘」 가운데"라는 문장이 실려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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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이 작품 <소송>을 집필하면서 첫 번째 장 '체포'와 마지막 장 '종말'을 먼저 써놓고 그 사이 이야기들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는데 결국 이 작품도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가운데 장들 사이에는 시간적 흐름이나 사건의 연관성이 무시되고 있어 서사를 쫓아가려 해도 작품 속 미로를 헤매는 듯합니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_본문 '체포' 가운데 

 

<소송>의 첫 문장입니다. 주인공 요제프 K가 느닷없이 체포됩니다. 그런데 그는 물리적으로 감금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유롭지도 않은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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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밖으로 나가야겠군요. 출구가 어디죠? / 안내해주세요.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 것 같습니다. 여기는 길이 너무 많아서요." "길은 하나뿐입니다." 법원 정리는 이제 완연히 책망하는 투였다. _본문 '텅 빈 법정에서' 가운데 

 

"저는 죄가 없습니다. 뭔가 잘못된 겁니다. 도대체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K가 말했다. "그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죄 있는 사람들이 늘 그런 식으로 말하지요." 신부가 말했다. _본문 '대성당에서' 가운데

 

요제프 K는 자신이 체포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죄 없음을 해명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번번이 굳게 세워진 벽과 같은 상황과 마주할 뿐입니다. 길은 하나뿐이다, 인간이라는 사실이 죄가 된다, 어딘가 기독교적 비유가 연상됩니다. 요제프 K는 관념적인 체포를 당하고 종말(구원)에 이르는 길에 놓여있다는 시각으로 책을 다시 보면 또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작가에 의해 철저히 숨겨진 이야기, 저자인 카프카 마저도 <소송>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누굴까? 친구일까? 좋은 사람일까? 관련된 사람일까? 도와주려는 사람일까? 한 사람일까? 아니면 전체일까? 아직 도움이 가능한 것일까? 생각해내지 못한 반대 변론이라도 있는 걸까?...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판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가 아직 이르지 못한 상급 법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_본문 '종말' 가운데

 

마지막까지 요제프 K와 관련한 수수께끼같은 상황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작품 전체에 걸쳐 '소송(심판)'의 과정에 놓인 주인공의 분열적인 상태 역시 그대로입니다.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을 카프카는 <소송>이라는 미스터리 같은 소설에 담아놓았습니다. 


2024.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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