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츠 판 다이크(Lutz van Dijk)의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읽고
네덜란드계 독일 작가이자 교육자 루츠 반 다이크(Lutz van Dijk, 1955)의 역사서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입니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정책 반대 활동으로 입국이 금지되었다가 1997년 남아프리카를 처음 방문합니다. 이후 2001년 케이프타운에 정착해 에이즈 피해자를 위한 구호단체 호키사(HOKISA: Homes for Kids in South Afric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Die Geschichte Afrikas>는 제목 그대로 '처음'접하는 내용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아프리카에 대해 오해한 부분,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무지함이 악함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습니다.
198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의 데스먼드 음필로 투투 주교(Desmond Mpilo Tutu, 1931-2021)에게 어느 기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하셨는데도 여전히 전투적 갈등 상황에 짓눌린 것을 보면서 삶의 마지막에 실망감이 들지 않으시냐고. 그러자 투투 주교가 이렇게 답합니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유럽 대륙이 이곳에서 시작된 두 번의 세계 전쟁에서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아 이따금 몹시 슬퍼집니다. 유럽은 대체 언제쯤 역사에서 배우게 될까요?" _본문 가운데
투투 주교는 부드럽게 되묻는 방식으로 기자의 무지를 깨우쳐줍니다.
1980년대 미국의 어느 과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프리카는 '인류의 요람'입니다. 심지어 유전적으로 인간은 모두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에서도 역시 아프리카가 모든 대륙 중 가장 오래된 대륙이며 오늘날에도 아프리카는 인간 신체적 활동력의 한계와 3차원적 감각 능력의 한계, 느낌과 감각을 통한 지각 방식의 한계 등을 결정하는 인류의 근원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유엔 주재 르완다 대사는 2000년 초 유럽 연합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럽연합에 정곡을 찌르는 발언을 합니다.
"아프리카 전 지역에서 사람의 식량으로 쓰이는 양보다 더 많은 곡식을 유럽의 가축이 먹는다. / 우리는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 뉴욕 시는 전체 아프리카 대륙의 소비량을 합친 것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대체 어떤 권리로 그러나? 강자의 권리인가?"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나라들, 그리고 그 피해를 감당해야만 하는 나라들, 이들 국가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르완다 대사의 외침은 소위 선진국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에는 아프리카 출신 화가들의 그림이 삽화로 수록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00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총회에서 태어날 때부터 AIDS에 감염된 은코시 존슨(1989-2001)이 1만 2천여 회의 참석자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일생 AIDS 퇴치 운동에 일생을 바친 사회운동가이지만 당시 겨우 열한 살이었던 아이의 수줍고 두려운 다리가 눈에 띕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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