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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스피노자(Spinoza)의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관한 짧은 논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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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Spinoza)의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관한 짧은 논문」을 읽고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5)의 초기 저술 중 하나인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짧은 논문>입니다. 논문은 크게 제1부 '신에 대하여', 제2부 '인간과 그의 행복에 대하여'로 구성됩니다. 제1부에서 스피노자는 신 = 자연이라는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범신론적 사상을 논의합니다.  

 

유대인이었던 스피노자는 성서에 반하는 사상으로 24세에 유대 공동체에서 쫓겨납니다. 같은 이유로 28세에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도 추방당합니다. 이후 네덜란드 린스버그(Rijnsburg)에 정착해 이 책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짧은 논문>을 집필하고 그의 명저 <에티카 Ethica>도 구상합니다. 고향 친척을 떠나(창세기12장) 마침내 자신의 사명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철학서적이 그렇듯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짧은 논문> 역시 소제목은 쉽지만 내용은 난해합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사상이 어떠한 논리구조로 증명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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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로부터 우리들이, 신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선천적으로 그리고 후천적으로(tam a priori, quam a posteriori)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따라 나온다. _제1부, 제1장 '신은 존재한다' 가운데

 

제1부는 모두 10개의 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신의 존재, 신의 섭리, 신의 예정, 능산적 자연과 소산적 자연, 선과 악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은 산출하는 자연,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은 산출된 자연을 말하는데 주석에 따르면 태어난 새끼 고양이는 소산적 자연, 그가 자라면 새끼를 낳는 능산적 고양이가 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지성을 옳게 사용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제일 먼저 신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신은 우리들이 증명한 것처럼 최고의 그리고 모든 것의 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지성을 옳게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슬픔에도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왜냐하면 그는 선한 모든 것인 선 안에 휴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충만한 모든 기쁨과 만족이 있다. 그렇다면 슬픔은 이미 말한 것처럼 속견으로부터 또는 지성의 결여로부터 생긴다. _제2부, 제7장 욕망과 기쁨 가운데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을 강조한 스피노자의 사상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일체의 정념(감정)들은 '속견 또는 지성의 결여'에서 생긴다는 스피노자의 말 속에 뭔가가 있는 듯한데 아직 제 수준이 그것을 명쾌하게 꿰뚫을 수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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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자유를 다음처럼 정의한다. 우리들의 지성이 신과의 직접적인 통일을 통해서 획득하는 견고한 현실(firma existentia)이고 따라서 그것은 자기 자신 안에서는 관념들을 그리고 자기 밖에서는 결과들을 산출하며 그 관념들과 결과들은 자유의 본성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_제2부, 제26장 참다운 자유 가운데

 

스피노자는 논문의 말미에 이 글을 쓰는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새로움들에 놀라지 말기 바란다'라고 시작되는 그의 말은 어떤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참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대가 그러하니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할 땐 매우 신중하게 의사소통하기를 진지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신중하라!(Caute)"를 삶의 모토로 하는 스피노자 다운 다정한 충고입니다. 

 

자연(natura)은 어떤 다른 것에 의해서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통해서 알려진다. 자연은 무한한 속성들로 성립하는데, 각각의 속성은 자신의 유(類: 종, 무리)에 있어서 무한하며 완전하다. 자연의 본질(essentia)에 존재(existentia)가 속하므로 자연을 떠나서는 어떤 다른 본질이나 존재도 없고, 따라서 자연은 유일하게 영광스럽고 축복받은 신의 본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_부록 가운데

 

부록에서는 <신과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짧은 논문>의 1부, 2부 논지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철학에 대한 문외한이 이 논문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스피노자가 유대 공동체를 버리면서까지 밝히고 싶어 했던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옮긴 이 강영계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초기 논문인 이 책 이후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마침내 <에티카 Ethica>에 이르러 스피노자만의 정교한 철학 체계를 수립합니다. 다음번엔 <에티카 Ethica>에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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