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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크누트 함순(Knut Hamsun)의 「굶주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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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누트 함순(Knut Hamsun)의 「굶주림 Sult」을 읽고


노르웨이의 소설가 크누트 함순(Knut Hamsun, 1859-1952)이 서른한 살 되던 해인 1890년에 발표한 소설 <굶주림 Sult>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어느 무명작가의 '굶주림'에 관한 서사입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15세부터 방랑생활을 한 크누트 함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함순은 이 작품 <굶주림>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같은 당대의 대문호들에게 칭송을 받고 이름을 알립니다. 192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말년에 아돌프 히틀러를 공개 지지하며 기소되었고 전후 재산 대부분을 벌금으로 낸 후 불명예와 가난 속에 생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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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은 아사 직전의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상세히 묘사합니다. 극도로 날카로운 지각능력과 분열증적 정신 상태는 그가 작가였기에 기록할 수 있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밥을 굶는다는 것은 마치 내 두뇌가 아주 느릿느릿 머리에서 흘러내려서 결국은 텅 비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누군가를 바라보면, 내 눈은 고정된 채 멍청하게 열려 있는 느낌이었다. _본문 가운데

 

극도의 <굶주림>은 고통에도 무뎌지게 하고 불편한 기분도 없게하며 어떠한 욕망도 욕구도 사라지게 합니다. 크누트 함순은 이러한 상태를 '나는 내 스스로에게서 일탈되어 있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로 쓰면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사람들은 말하겠지. 한군데서도 되는 일이 없었다! 아,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더 이상 동정심을 사려하지 말자. 쳇! 구역질 난다. 너는 구역질 난단 말이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면, 그건 사라진 거야. 그런데 적어도, 마구간에서 귀리 한 주먹을 훔쳐올 수는 없을까? _본문 가운데

 

몇 날 며칠을 굶고, 집값은 밀리고,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원고를 보낸 신문사는 연락이 없고, 하루 온종일 다녀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결코 구걸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오히려 누군가를 그래도 도와주려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그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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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삼켜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먹어도 충분하지가 못했다. 내 배고픔의 밑바닥은 끝이 없었다. 아, 이럴 수가! 굶주림은 충족되지가 않았다! _본문 가운데

 

정신과 감정을 모두 멈추게 하는 <굶주림>, 그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과자 하나, 어느 소년을 위한 관심과 동정을 주인공은 놓칠뻔합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프지만 그 끝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애가 과자를 발견하겠지! 밖으로 나오다가 맨 먼저 하게될 일은 과자를 보는 일이다! 그 아이가 과자를 발견하리라는 생각에 바보처럼 내 두 눈은 기쁨으로 젖었다. _본문 가운데    

 

<굶주림>을 통해 극도의 굶주림이 인간을 어떻게 분열시켜가는지, 그리고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정서적 굶주림으로 어딘가 분열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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