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728x90
반응형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1927년 발표한 소설 <황야의 이리 Der Steppenwolf>입니다. 주인공은 쉰 살의 하리 할러(Harry Haller), 헤르만 헤세와 이름의 이니셜이 같습니다. 소설의 출간된 해는 헤세가 쉰 살이 되던 해입니다. 말하자면 '황야의 이리'로 불린 남자 하리 할러는 헤세 자신이기도 합니다.

 

<황야의 이리>는 치열한 자아 성찰과 사회를 향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 자신을 바닥까지 파헤치고자 한 헤세 자신의 고백록과도 같습니다. 자기분석이라는 관점에서 1919년에 나온 소설 <데미안>의 후속 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728x90

 

책은 전지적 시점의 편집자 서문과 하리 할러의 수기로 크게 나뉩니다. 

 

 

그가 준 인상은 어떤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 비범한 재능을 지닌 특이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정신적인 인간의 풍모가 넘쳐흘렀고, 지나칠 만큼 부드럽고 활기찬 표정 변화는 쉬 감동받고, 지극히 섬세하고 까다로운 정신생활을 말해 주고 있었다. _본문 가운데, 편집자의 말 

 

편집자 서문에서는 <황야의 이리>, 하리 할러의 외형에 관한 묘사가 주를 이룹니다. 그의 외모와 말투, 자세와 몸짓 등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편집자 서문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던 하리 할러의 말입니다. 외모에서 추측한대로 황야의 이리는 매우 지적이고 위트 있으며 적잖이 수다를 즐기는ㅡ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한ㅡ 사람입니다. 

 

이것도 좋습니다. 참 좋아요. 이 구절을 한번 들어보세요. <고통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모든 고통은 우리의 고귀함에 대한 기억이다.> 대단합니다. 니체보다 80년 전에 이런 말을 하다니! _본문 가운데, 하리의 말 

 

황야의 이리가 바로 이어서 한 말에는 굉장한 철학적 통찰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헤엄을 칠 줄 모르는 동안은 헤엄을 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 

 

하리는 이 구절에 대해 '위트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놀라움을 표시합니다. 예, 정말, 놀라운 말입니다.  

 

반응형

 

 

여기서 덧붙일 말이 하나 더 있다. 하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예술가들이 대부분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이 사람들의 내면엔 대개 두 개의 영혼과 두 개의 존재가 숨어 있다. 이리(늑대)와 인간이 그렇듯 신적인 면과 악마적인 면, 모성적인 피와 부성적인 피, 행복의 능력과 고통의 능력이 서로 맞서 있거나 뒤섞여 있다. 몹시 불안한 삶... _본문 가운데, 편집자의 말 

 

몹시 불안한 삶, 헤르만 헤세는 일생동안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려왔습니다. 이 표현 속에 자신을 향한 가여움이 녹아있는 듯합니다. 제게도 <황야의 이리>의 모든 이야기가 와닿는 것을 보면 저 역시 몹시 불안한 삶의 한 페이지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럴수록 <보통 사람은 입장할 수 없음>, <미친 사람만을 위한 것임>이라는 경고가 나에게 점점 더 분명하게 말을 걸어왔다. 저 소리가 나에게 와닿고, 저 세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걸 보면, 나는 미친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뿔싸, 나는 오래전부터 보통 사람의 생활, 정상적인 사람의 삶과 사고와 멀리 떨어져 살아온 건 아닐까? _본문 가운데, 하리의 말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에서는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연한 귀결입니다. 헤르만 헤세와 하리 할라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ㅡ천재적인 재능, 남다른 통찰, 자유와 도전을 상징ㅡ 입니다. 그래서 <황야의 이리> 2부인 '하리 할라의 수기' 편 첫 페이지에도 미친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는 경고가 적혀있습니다. 

 

"아뿔싸,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과 격리된 미치광이가 아닐까?"


2024.6.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