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의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고

728x90
반응형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의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고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 1911-2017)은 나치 독일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의 비서입니다. 나치 부역자 가운데 한 사람이죠. 그녀의 이야기는 2016년 'A German Lif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다뤄집니다. 그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쓰인 책이 바로 토레 D. 한젠(Thore D. Hansen, 1969)의 <어느 독일인의 삶 Ein Deutsches Leben>입니다.

 

"No one believes me now, but I knew nothing." (지금은 아무도 날 믿지 않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브룬힐데 폼젤의 말입니다. 

 

728x90


일생을 죄책감과 피해의식이라는 상반된 감정과 씨름해왔을 그녀는 영화와 책으로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이 책이 출간되던 2017년, 106세의 일기로 사망합니다.

 

구원을 위한 양심고백 혹은 처절한 자기방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그녀의 이야기 속에 지금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이 시대를 향한 경고가 들어 있을 듯합니다. 

 

 

브룬힐데 폼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직장과 물질적 안정, 상관에 대한 의무감, 상층부에 속하고 싶은 욕망이 우선이었다. _본문 가운데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든 감정이 답답함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전적인 악을 행하고도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 인간인가. 시대 상황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그래도 끝내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알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제대로 모르는 것, 모르고 싶은 것, 그것이 악의 전형이 아닐까. 심지어 '정치'라는 일을 함에 있어서 말이죠.

 

반응형

 

 


브룬힐데 폼젤인 자신의 기회주의적인 삶은 인정했지만 끝내 몰랐다는 말로 자신의 과오를 외면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되고 이기적인 일인가요? 그게 설사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걸 알았더라 하더라도 말이에요... / 모든 것이 좀 분열되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그걸 그리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지만요. 난 그런 일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때는 그냥 그랬어요. 그냥 휩쓸려 들어갔어요. _브룬힐데 폼젤의 말 가운데 

 

전범 재판에서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이 자신은 체제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발언입니다.

 

 

"우리는 그저 시대에 끌려갔을 뿐이에요!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저널리스트인 저자 토레 D. 한젠은 <어느 독일인의 삶>이 주는 경고를 통해 21세기 정치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생각하는 일에 무능력하다면 누구든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고, 그 일을 방관할 수 있다는 것을 브룬힐데 폼젤의 인터뷰가 경고합니다. 


2024.6.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