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읽고
이병률 시인이 2017년 발표한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입니다.
시집 뒤표지에 수록된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시인이 현재 바닷가에 머물고 계신걸까.. 라는 일차원적인 물음이 떠오릅니다. 참 단순.
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누구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기를 바랍니다. /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_에필로그 가운데
사실은 내가 쓰려고 쓰는 것이 시이기보다는 / 쓸 수 없어서 시일 때가 있다 _「내가 쓴 것」 가운데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작품 해석의 자유가 늘어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는 문학 장르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쓸 수 없어서 시'라는 표현에 조용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놓고 볼 때 의지로 바꾸기 가장 쉬운 것은 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_「청춘의 기습」 가운데
조심스럽게 적어놓은 시인의 언어가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 무심함을 / 단순함을 /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_「이 넉넉한 쓸쓸함」 가운데
사랑이 많은 사람, 무심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 그렇지 못한 지금을 시인은 '넉넉한 쓸쓸함'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넉넉한 쓸쓸함', 마음에 오래 남는 시가 될 듯합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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