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엘리엇(T.S.Eliot)의 시 「황무지 The Waste Land」를 읽고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시인 T.S.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의 <황무지 The Waste Land>입니다. <황무지>는 T.S.엘리엇이 1921년 초고를 쓰고 1922년에 발표한 433행의 시로 출간 당시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으나 이후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위대한 작가와 위대한 작품의 특징으로 난해함이 꼽히는 이유는 의식 수준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나의 수준을 자각할수록 할 말이 없어질 뿐입니다.
<황무지>는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1 죽은자의 매장(The Burial of the Dead), 2 체스 게임(A Game of Chess), 3 불의 설교(The Fire Sermon), 4 익사(Death by Water), 5 천둥이 한 말(What the Thunder Said).
인간의 정신적 메마름과 육체적 황폐를 다루고 있는 작품 <황무지>는 사실 주석 없이는 한 줄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_「1.죽은자의 매장」 가운데
유명한 시구가 나옵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
T.S.엘리엇은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4월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주석에서는 가사(假死) 상태를 오히려 원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모든 것을 일깨우는 4월이 가장 잔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_「1.죽은자의 매장」 가운데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이 구절은 아폴로 신에게 손안에 든 한 움큼의 모래알 개수만큼 많은 햇수의 수명을 허락받았으나 그만큼의 '젊음'은 요청하지 않아 늙어 조롱거리가 된 쿠마의 무녀(Sybil) 일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죽음보다도 못한 낡고 해진 황무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Shantih shantih shantih (샨티 샨티 샨티) _「5.천둥이 한 말」 가운데
샨티(Shantih)는 산스크리트어로 '이해를 초월한 평화'를 비는 표현입니다. <황무지>의 마지막 구절에서 T.S.엘리엇은 '샨티 샨티 샨티'를 외치고 있습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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