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윌슨(Colin Wilson)의 「아웃사이더 Outsider」를 읽고
석 달을 벼르고 벼르다 손에 든 책,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콜린 윌슨(Colin Wilson, 1931-2013)의 데뷔작 <아웃사이더 Outsider>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책 <정신기생체 The Mind Parasites>를 읽다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인데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이 이 책을 인생 책으로 꼽으시는 걸 보고 더 기대하게 됐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콜린 윌슨이 20대 초중반에 쓴 책으로 1956년 출간과 동시에 평론계에 화제로 떠올랐으며 이후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습니다. 대부분의 집필을 대영박물관에서 했다고 하는데 공간이 주는 영감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웃사이더>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 그리고 문학 속 등장인물을 통해 아웃사이더의 정신, 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콜린 윌슨 스스로가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규정하고 있음 역시 어렵잖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아웃사이더'는 부정적인 어감이 강한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1956년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계기로 이 단어는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는데 천재적인 재능, 남다른 개성, 자유나 도전 등의 뉘앙스가 깃들게 됩니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된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콜린 윌슨은 24세에 이 책 한 권으로 '오버나잇 석세스(Overnight Success)'한 청년이 됐습니다. 스스로가 살아있는 아웃사이더의 표본이 된 것이죠.
아웃사이더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은 자기를 아는 것이다. 자기가 가장 자기답게 되려는, 즉 최대한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아웃사이더'의 임무라고 하는 것이 이 말의 의미다. _본문 가운데
이 책에서 콜린 윌슨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작품을 반추하여 그 속에서 아웃사이더 기질을 발견하고 탐구해 나갑니다.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반 고흐, 카프카, 카뮈, 헤르만 헤세,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영광스러운 아웃사이더로 등재됩니다.
'아웃사이더'는 실존주의적인 말로 자기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단 하나의 구별은 '존재와 무'이며, 바르뷔스의 주인공이 말하는 "죽음, 그것이야말로 모든 관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하는 그것이다. _본문 가운데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이 어느 강연에서 20대에 <아웃사이더>에 언급된 모든 책을 찾아 읽었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웃사이더>를 읽고 감동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전철을 밟게 되나봅니다. 저 역시 수첩 빼곡히 콜린 윌슨이 평론한 작가와 작품 목록을 써뒀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요컨대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문명 속에서 자기가 병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 아웃사이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_본문 가운데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형이 된 작품 웰즈의 <맹인의 나라> 속 유일한 '눈 뜬 자', 그러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아웃사이더의 위치에 놓입니다. 콜린 윌슨은 다음의 인용구를 통해 이 설명을 부연합니다.
"누구나 자기가 사는 세계에 대해 눈을 뜨면 그는 즉시에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는 우선 자기를 '너무 깊이, 너무 많은 것을 통찰'하는 인간이라 믿는 데서 출발해서, 너무 깊이, 너무 많은 일을 통찰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음으로써 끝난다." _본문 가운데, 폭스의 말
콜린 윌슨이 없었다면, <아웃사이더>가 출간되지 않았다면,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더 편협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편으론 그의 책이 '오버나잇 석세스'한 정황을 볼 때 우리는 모두 <아웃사이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적잖은 사람들에게 인생책으로 꼽히는 명저를 읽어볼 수 있어 영광입니다.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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