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의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를 읽고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의 시가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입니다. 페소아 사후에 발견된 원고들을 정리하고 번역하면서 출간된 작품들이라 제목은 모두 후대 사람들이 지은 것이겠지요. 일생 70여 개의 이명으로 여러 작품을 남긴 페소아의 시집에 잘 어울리는 표제입니다.
난 인생으로 뭘 했나? / 인생은 나로 뭘 했나? / 얼마나 많은 행복들을 몰랐거나 버렸나! / 얼마나 많은 시작들이 끝이 없었나! _「푸름, 푸름, 푸름」 가운데
'인생은 나로 뭘 했나?' 때론 내가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나를 살게 한다는 자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인생은 나로 무엇을 하려 하고 또 그것을 제대로 이루어 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에도 역시 좋은 시가 많습니다. 그냥 페소아의 시가 좋은 것이겠죠.
나의 생각은, 발설한 순간, 더 이상 / 나의 생각이 아니다. _「나의 생각은, 발설한 순간」 가운데
자꾸만 발설해버리고 날려버리는 나의 어리석음을 어찌하면 좋을지.
「자유」라는 제목의 시 도입부에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BC4-AD65)의 말이 소개글처럼 실려있습니다.
천장에 닿을 만큼 책장을 채우는 온갖 연설문과 연대기들이 게을러 빠진 한 인간의 집을 장식하니 _세네카
이건 뭐, 제 이야기입니다.
나는 살지 않는다. 잘 자라지도 않고, 그저 유지할 뿐, / 존재하기에 감각들은 텅 비워진 채, / 불행하게도 슬픔조차 없지, _「지루함」 가운데
1910년, 페소아가 겨우 22살이던 때에 쓴 시입니다. 슬픔조차 없는 텅 빈 지루함, 그저 유지하는 것 조차 얼마나 어려운지, 살아간다는 것의 참 모습이 이러한 것일테죠.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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